[세계경영硏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IT업체 탑코더, 해커 경쟁대회 열어 인재 끌어몰아

매년 9배 성장
'어휴,쓸 만한 사람이 없네.' 컴퓨터 소프트웨어개발 사업을 시작하려던 롭 휴즈는 고민에 빠졌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를 뽑는 일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학력,경력,자격증 등 다른 산업에서 사용하던 인재 선택 기준을 적용해 뽑은 사람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알짜배기 실력자를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휴즈는 문득 업계의 골칫거리인 해커들을 떠올렸다. 범죄자들도 종종 있지만,대부분의 해커들은 재미로 해킹을 하거나 아무런 대가 없이 오픈 소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숨은 실력자들이다. 그는 해커들이 다른 프로그래머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드러냄으로써 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명예욕'이 높다고 판단했다. 휴즈는 이들의 명예욕을 활용해 인재를 끌어모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톱코더 매치(Topcoder Match)'다. 온라인 상에 전 세계 모든 프로그래머들을 대상으로 알고리즘 문제풀이 대회를 개최하고,결과를 순위로 보여주며 우승자에게는 상금을 주는 대회다. 결국 명예와 상금,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톱코더에 몰렸다.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상 정보를 작성해야 한다. 때문에 톱코더는 전 세계 최고 실력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우승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의외로 대만 인도 필리핀 폴란드 등의 20대 초반 학생들이 최고수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기존의 인재 선별 방식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숨은 진주들이다. 이런 숨은 진주들을 유치하기 위해 구글 인텔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톱코더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톱코더에서는 기업이 후원자가 돼 그 기업을 위한 프로그램 콘테스트를 열기도 한다. 기업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면 톱코더는 이를 프로그램 디자인,구성 등 분야별로 쪼개서 콘테스트에 올린다. 한번 콘테스트가 열리면 전 세계에서 5000명이 넘는 프로그래머가 참가한다. 기업들은 왜 후원을 하는 것일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테스트를 열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보다 돈은 반밖에 안 든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다양한 결과물 중에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톱코더의 정식 직원은 12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종 콘테스트를 통해 확보된 프로그래머 회원은 20만여명에 달한다. 2007년에만 19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2001년 설립 이후 연간 9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재전쟁 시대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에 맞는 인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을 찾기 위한 최적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번 되돌아볼 시점이다.

조미나 이사/사유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