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北 바라기' 통일부의 고민

장성호 정치부 기자 jas@hankyung.com
"북한 대남정책의 실세가 처형됐습니까. 확인이 전혀 안 됩니다. "(통일부 A관계자)

"대남정책 실패로 인해 그 사람이 작년 말 한직으로 좌천됐다고 들었어요. 당시 숙청설도 나돌았죠."(통일부 B관계자)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대남정책의 실세로 각종 남북사업을 주도해온 북한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처형설이 18일 제기됐다. 기자는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주무부처인 통일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통일부 내에서도 "(최 씨의 숙청이) 있을 수 있다" "사실무근"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하루가 지난 19일 통일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도 "특정기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이며 정부로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의 주요 인사들을 만날 때 배석한 인물로 지난 10년간 남북 교류협력을 주도해온 대남사업 총책의 거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통일부 관계자의 답변에 기자들은 "대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며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이 아니다. 통일부는 북측에 의해 억류된 지 53일째를 맞은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부는 유씨 억류 문제를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로 정의,유씨의 접견권과 석방을 줄곧 북측에 주장해 왔으나 북측의 반발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의 일방통행식 협박 속에서도 자국민의 신변 안전을 우선시하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엔 공감하면서도 유씨를 둘러싼 각종 궁금증에 대해 여전히 "확인 중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란 말만 되풀이하는 통일부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의 폐쇄성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대목도 없지는 않지만 요즘 통일부를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북관련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 그때마다 통일부는 "노력하고 있다"거나 "확인이 안 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민감한 남북현안이 터질 때마다 "통일부 답이 뻔할 텐데"라며 평소 알고 있는 대북 취재원에게 연락하는 기자들의 냉소 섞인 말을 통일부는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