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졸업하면 많은 혜택 한꺼번에 사라져 경영욕구 상실"

중소·중견기업 현장의 목소리
전자부품업체 이랜텍은 경기도 화성의 공장 부지가 동탄2신도시 예정지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5층짜리 공장 건물(82억원 · 사업보고서 기준)을 고스란히 헐리게 됐다. 이 회사 이세용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 · 중견기업 초청 간담회(한나라당 정책위원회,박종희 의원 공동 주최)에서 "동탄1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옮긴 공장을 이번에 또 이전해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기업인들은 정부와 여당의 중소 · 중견기업 관련 정책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 냈다. 역시 동탄신도시로 인해 공장을 또 이전하게 된 알티전자의 김문영 대표는 "신도시 개발로 기업은 두 번이나 짐을 싸게 됐는데 바로 옆의 골프장은 멀쩡하다"며 "이러고도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하기 좋은 환경)'를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촉박한 이전 시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진호 동흥산업개발 대표는 "기업들이 토지 보상금으로 공장 부지를 구입해 이주하려면 적어도 30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토지공사 등이 내년 10월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승우 토지공사 신도시계획처장은 "기업별 실태 조사를 해서 필요시 이전 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와는 반대로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결부돼 보상이 늦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이현택 하림전자 대표는 "2006년에 공장 부지가 국제신도시 예정지로 지정 고시된 뒤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대체 토지를 마련해 뒀다"며 "하지만 보상과 수용이 미뤄져 관리비와 금융 비용을 양쪽으로 물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업인들은 세제 · 금융 등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근 3년 유예기간이 끝나고 완전히 대기업으로 넘어간 중견기업 사장들은 "기업이 일단 중소기업 기준을 벗어나게 되면 너무 많은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지기 때문에 성장 욕구가 상실되는 게 현실"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에 윤상직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은 "기업 분류에 대해 정부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으며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