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위기극복 묘수 찾자" CEO들 꼼꼼히 메모

패널들 날카로운 질문
참석자들 눈길 사로잡아 휴식시간에 즉석 토론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경제TV 창사 10주년 기념으로 18일과 19일 열린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는 연인원 1000여명이 참석해 큰 성황을 이뤘다. 주요 금융회사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부장 차장 등 중간 관리자와 대리 이하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급의 참가자들이 컨퍼런스에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의 세계 경제에 대한 명쾌한 진단에 "과연"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19일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크루그먼 교수에게 쏠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1세션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은행 규제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일본의 1990년대 경기불황과 현 상황을 비교하는 등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강연을 펼쳐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진행을 맡은 사공일 무역협회장과 패널로 참여한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제임스 맥코맥 피치 이사 등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눈길을 붙잡았다. 세션이 끝난 뒤 휴식시간에도 청중들은 삼삼오오 모여 세션에서 쏟아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놓고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는 등 열기를 띠었다. 도석구 LS그룹 전무는 "경제 분석과 예측 부문에 정평이 나 있는 크루그먼 교수의 아시아지역 경제 전망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며 "복잡한 금융위기 상황을 아시아의 관점에서 적절히 분석해 줬다"고 말했다. 이정철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석학다운 비판적인 면이 인상적이었고,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버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오바마노믹스'를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도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노버트 월터 도이치뱅크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간 중간 유머를 섞어 가며 발표해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이어 맥코맥 이사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경제의 커플링(동조화) ·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에 대해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차트로 보여주며 분석하자 참가자들은 재빨리 수첩을 꺼내 주요 수치를 메모하기도 했다. 세션이 끝난 뒤 맥코맥 이사에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세계적 석학들의 방문 소식을 듣고 컨퍼런스에 참가한 외국인들도 많았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아얀 투어 ING생명보험 마케팅 총괄담당은 "크루그먼은 정말 통찰력 있는 똑똑한 경제학자"라며 "주로 현실적 · 부정적 경제전망을 해 왔던 그가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산하 유로넥스트의 아 · 태지역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스테판 울리히는 "노벨상 수상자(크루그먼 교수)의 통찰력 있는 분석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가 우리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까지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패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세션마다 질문을 적은 종이 10여장이 진행요원에게 전달됐다. 시간이 모자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한 참석자들은 세션 후 단상에서 내려오는 패널을 붙잡고 궁금증을 쏟아내는 등 컨퍼런스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김순형 삼성생명 차장은 "크루그먼 교수의 강연이 좋았는데 정부 입장의 시각에서 주로 이야기한 것 같아 소비자 입장에서 앞으로 경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상당수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은 4개 세션에 전부 참석하기 위해 하루 일정을 모두 비웠다.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최방길 신한BNP파리바 대표,김용규 AIG자산운용 사장,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손동식 주식운용부문 대표와 이철성 마케팅부문 대표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커트 올슨 ING생명 대표,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이현승 SK증권 사장,원명수 메리츠화재 대표,차문현 유리자산운용 대표 등도 바쁜 일정을 쪼개 컨퍼런스에 귀를 기울였다.

박영호 SK 사장,김용환 현대차 사장,이철영 현대해상 사장,최병길 금호생명 사장,장형덕 비씨카드 대표,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정상국 한국PR협회장(LG 부사장),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장일형 한화 부사장,이은욱 유한킴벌리 부사장,신영철 한국능률협회장,오규석 C&M 대표,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전 국무조정실장),천정배 민주당 의원 등 기업 최고경영자와 주요 기관 대표,정치인 등도 석학들의 강연을 경청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최초로 열린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가 '시의적절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세계 경제가 장기적 불황이냐,점진적 회복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석학들의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최종호 HMC 투자증권 부장은 "4개 세션이 모두 알찼고,학문적인 내용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의 경제 현상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해 매우 흥미진진했다"며 "회사 일까지 미루고 동료들과 함께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커크 에반스 삼성생명 상무는 "경제 위기에 대한 석학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위기를 불러온 요인과 극복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행사장 안팎에 마련된 기자석에도 이틀간 매일 50여명의 내 · 외신 기자들이 들어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크루그먼 교수 등의 강연 내용을 속보로 타전했다. 케리 올슨 AP통신 서울 특파원은 "컨퍼런스 규모가 크고 초청 연사들의 면면이 좋아 취재하러 왔다"며 "컨퍼런스 내용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고 짜임새 있어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강연을 들었다"고 말했다.

◆…초청 연사들이 별도로 발표 자료를 배포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워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홍인기 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은 "내용이 너무 좋았는데 발표 자료가 없어 받아 적거나 기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다음에는 충실한 자료집도 함께 배포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상은/유승호/박민제/조귀동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