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사 숨겨진 부실도 공개"

FASB, 내년부터 장부외 부채 등 기재
내년부터 미국 금융사의 숨은 부실이 회계장부상에 낱낱이 공개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지금까지 회계장부에 잡히지 않았던 주택담보증권(MBS) 등 장부외 자산과 부채를 모두 대차대조표에 기재토록 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닐 맥개러티 FASB 대변인은 "금융권의 투명성을 강화해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종 수정안은 다음 달 공개되며,올 11월15일 시작하는 2010회계연도부터 미국 내 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 재무부의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를 간신히 통과한 19개 대형 은행들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FASB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할 경우 19개 은행들이 총 9000억달러의 부외자산 및 부채를 회계장부상에 표시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905억달러의 신용카드 대출 채권을 포함해 총 1658억달러,JP모건체이스는 16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FASB의 이번 결정에 따라 투자은행들이 구조화투자회사(SIV)를 통해 MBS 등 고위험 자산을 떼내 유동화시키는 부외거래도 제약을 받게 됐다.

미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를 통한 파생상품 투자가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같은 금융규제안을 마련했다. 모기지 채권을 모아 유동화시킨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파산 위험을 보증한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금융권의 파생상품 관련 자산 및 부채를 회계상에 공개해 투자자에게 보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은 "FASB가 부외자산과 부채를 재무제표에 포함시키면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이 어려워져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웨인 애버네티 미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이 같은 금융 규제는 은행 대출을 위축시켜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