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원? 80조원?‥부동자금 규모 '논란'

금융권에 몰려 있는 단기자금 규모가 800조원을 돌파하면서 부동(浮動)자금 규모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부동자금(floating money)은 말 그대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아다니는 돈.일각에선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증권사 고객예탁금 등 만기 6개월 미만 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돈 800조원을 시중 부동자금이나 단기 부동자금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금융권의 단기 수신액 800조원을 그대로 부동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은은 단기 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돈의 성격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거래용,예비용,투자 혹은 투기용 등이다. 실세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 MMF 등엔 각 가정이나 기업이 생필품이나 원자재를 사기 위해 갖고 있는 돈,공과금이나 세금 등을 내거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놔둔 돈(이상 거래용),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돈(예비용)이 상당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부동자금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이 투자 혹은 투기 대상을 찾지 못했거나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해 잠깐 단기상품에 맡겨놓은 돈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흔히 얘기하는 800조원의 10분의 1도 채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 단기자금이 경제가 그럭저럭 괜찮았던 2007년 말 665조2000억원에서 올 4월 말 811조3000억원으로 146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 기간에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 확보해 놓은 자금 60조원(주로 MMF에 유입)과 자연증가분 대략 10조원 등을 제외한 76조원가량을 부동자금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업계에선 공모에 몰린 돈으로 부동자금 규모를 추산하기도 한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최근 유상증자 청약을 받았는데 청약대금이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증권업계에선 대개 공모에 몰린 돈의 2~3배를 부동자금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기초로 하면 52조~78조원이 부동자금이 된다. 한은은 그러나 부동자금이 800조원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거에 특정 시장에 몰려다닐 경우 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