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 네티즌의 감염자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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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돈이 많아 아이를 유학보낸 그의 부친은 부패한 관리다. ", "열이 나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여자친구와 놀러다닌 것은 다른 사람은 죽어도 좋다는 생각 때문인가. "
중국의 신종플루 확진환자들이 또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네티즌들의 살벌한 인신공격 때문이다. '인육수색'이란 이름으로 중국 네티즌들의 '환자 찾기'도 이미 가동됐다. 언론에선 확진 환자의 성씨만을 쓰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이미 그들의 이름과 나이,학력,귀국 후 행적 등을 소상히 파악해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다. 특히 산둥성 지난시에서 확진환자로 판명된 뤼모씨가 미국에서 귀국 후 베이징에서 사흘간 여자친구와 테마파크 노래방 등을 돌아다닌 데 대해 집중 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좀더 빨리 신고를 해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고 현지 매체에 사과해야 했다.
몇 년 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로 300여명의 목숨을 잃은 중국에선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남다른 게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감염 위험이 있다는 우려만으로 중국을 찾은 멕시코인들을 격리시켜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네티즌들의 공격은 도를 넘어섰다고 보여진다. '죽어버려라'는 저주부터 부패관리의 아들이라는 근거없는 이야기까지 환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무차별적으로 쏟아진다. 인터넷의 부작용인 '악플 문화'가 중국에서도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더 큰 문제가 숨어 있다. 소위 부자들에 대한 질시다. 확진 환자로 판명된 3명은 모두 유학생들이다. 라오바이싱(서민)들은 해외에 유학을 보낸다는 것을 꿈꾸기도 어렵다. '잘나가는 집안의 자제들이 해외에 나가서 거들먹거리다가 국내에 놀러와서 병을 퍼뜨린다'는 한 네티즌의 질시가 신종플루에 걸린 환자들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다.
한 유학생은 공항에 도착하자 "금융위기로 망하니까 이제 귀국해서 병을 옮기는 인간들"이라는 청소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유학생들의 귀국을 아예 금지시키자는 네티즌들도 있다. '빈부격차로 인한 반감'이란 질병이 중국 내부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