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하룻밤 새 시들 것만 같았던 그 사랑

연화
안니바오베이 지음│서은숙 옮김│이룸│356쪽│1만1000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 작가 안니바오베이의 장편소설 《연화》는 티베트의 오지 모퉈를 찾아가는 두 남녀의 여정을 통해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병들고 지쳐 집필을 멈춘 여성 작가 칭자오와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애틋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 샨셩은 모퉈로 떠나는 길에서 만나 동행한다. 샨셩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두었던 여자 네이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칭자오는 이 이야기의 기록자가 된다.

샨셩은 학생 시절 미술 교사와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치면서 '향기가 진한 치자꽃처럼 하룻밤 사이에 시들 것만 같은 강렬한 조바심'을 내뿜었던 네이허,이 사랑의 대가로 정신병원에서 1년을 보내야 했던 그녀를 모퉈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들은 폭우와 산사태 등 온갖 고난을 뚫고 죽을 위기를 넘기며 모퉈에 도착한다. 그 곳에는 뜻밖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지만,두 사람은 '연꽃이 숨어 있는 성지'로 알려진 모퉈에서 자신들의 삶에 핀 연꽃을 찾게 된다. 작가는 네이허와 샨셩의 관계를 칭자오의 눈을 빌려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티베트 여행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세속적인 사랑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의 정화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