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밥 딜런
입력
수정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가야 사람이라고 불릴까. 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모래 속에서 잠들 수 있을까. 포탄은 얼마나 많이 날아가야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친구여,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네….'
밥 딜런(68)이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을 발표한 때는 1962년이었다. 그 이전의 가요는 대체로 사랑이나 삶의 슬픔 · 기쁨을 표현하는 데 그쳤지만 딜런은 사상과 철학,시대의 아픔까지 담아냈다. 당시 냉전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은 포크 선율을 타고 흐르는 시적(詩的) 가사와 우울한 분위기에 열광했다. 전 세계 대학가를 중심으로 포크 붐이 일었고 다양한 저항의 메시지를 실어보냈다. '아침이슬''친구' 등을 만든 김민기도 그 영향을 받았다. 이후 딜런은 순수 포크주의자들로부터 계란 투척을 당하면서까지 포크를 록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삶을 탐구한다는 생각에선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평론가들이 그에게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영예를 안긴 이유다.
딜런의 역량은 음악사적 위치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도 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는 게 더 놀랍다. 최근 낸 33집 앨범 '투게더 스루 라이프(Together Through Life)'가 빌보드 차트와 브리티시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딜런은 우리 시대 최고의 문화 아이콘'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가요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기복이 심한 탓에 히트곡을 한두 번 내고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반짝 스타가 허다하다. 그런 곳에서 딜런을 50년 가까이 건재하게 하는 힘은 음악에 대한 정직성이 아닐까. 여러 차례 굴곡을 겪으면서도 '인기'보다는 가수로서의 소신과 감정에 더 충실해왔기 때문일 게다. '투게더 스루 라이프'에 수록된 10곡의 노래에도 자극적 선율이나 현란한 테크닉은 없다. 대신 세월의 무게가 실린 여유와 간결함이 있다. 뛰어난 문학작품이 쉽고 간단한 문장으로 이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딜런은 엘비스 프레슬리도,비틀스도 사라진 시대에 변함 없이 활약하며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듣는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도 여전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밥 딜런(68)이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을 발표한 때는 1962년이었다. 그 이전의 가요는 대체로 사랑이나 삶의 슬픔 · 기쁨을 표현하는 데 그쳤지만 딜런은 사상과 철학,시대의 아픔까지 담아냈다. 당시 냉전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은 포크 선율을 타고 흐르는 시적(詩的) 가사와 우울한 분위기에 열광했다. 전 세계 대학가를 중심으로 포크 붐이 일었고 다양한 저항의 메시지를 실어보냈다. '아침이슬''친구' 등을 만든 김민기도 그 영향을 받았다. 이후 딜런은 순수 포크주의자들로부터 계란 투척을 당하면서까지 포크를 록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삶을 탐구한다는 생각에선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평론가들이 그에게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영예를 안긴 이유다.
딜런의 역량은 음악사적 위치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도 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는 게 더 놀랍다. 최근 낸 33집 앨범 '투게더 스루 라이프(Together Through Life)'가 빌보드 차트와 브리티시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딜런은 우리 시대 최고의 문화 아이콘'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가요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기복이 심한 탓에 히트곡을 한두 번 내고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반짝 스타가 허다하다. 그런 곳에서 딜런을 50년 가까이 건재하게 하는 힘은 음악에 대한 정직성이 아닐까. 여러 차례 굴곡을 겪으면서도 '인기'보다는 가수로서의 소신과 감정에 더 충실해왔기 때문일 게다. '투게더 스루 라이프'에 수록된 10곡의 노래에도 자극적 선율이나 현란한 테크닉은 없다. 대신 세월의 무게가 실린 여유와 간결함이 있다. 뛰어난 문학작품이 쉽고 간단한 문장으로 이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딜런은 엘비스 프레슬리도,비틀스도 사라진 시대에 변함 없이 활약하며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듣는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도 여전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