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주주들 항의에 "코스닥 본부 지켜라"비상

'상장폐지 실질심사' 도입 영향
거래소 내부까지 경비원 배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사 12층 복도에는 경비원 1명이 특별 배치됐다. 같은 층에 있는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제도팀에 소액주주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사무실 앞에 경비원을 배치한 것이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는 기업은 심사를 통해 퇴출할 수 있게 한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를 가동하면서 생겨난 살벌한 풍속도다.

거래소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22일 "퇴출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퇴출기업의 주주들이 불쑥 12층 공시제도팀으로 들이닥쳐 고함을 지르는 등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코스닥시장본부에서 경비원 배치를 특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증권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본사 곳곳에 40여명의 경비원을 3교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정문이나 1층 출입구가 아닌 사무실 앞에 경비원을 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황성윤 코스닥시장본부 이사는 "현재는 경비원을 배석시킨 채 민원에 대응하고 있다"며 "방문 주주들 뿐 아니라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직원들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실질심사 관계자는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과 함께 신변을 위협하는 전화도 적지 않게 걸려온다"고 털어놨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는 일시적으로 퇴출사유를 모면하는 등의 부실기업을 정리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됐다. 현재까지 코스닥 기업 16개사에 대한 실질심사를 진행해 12개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뉴켐진스템셀 지이엔에프 트리니티 등 3개사는 퇴출이 확정됐고 MTRON 하이럭스 코아정보 헤쎄나 네오리소스 지디코프 ST&I 테스텍 삼성수산 등 9개사는 퇴출 결정 후 이의신청 단계를 밟고 있다. 이외에 실질심사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인 기업은 사이버패스 등 5개사에 이른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실질심사 시행 초기에 비해선 거칠게 항의하는 사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시장에서 실질심사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