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국인 관광 택시' 유명 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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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홍보 부족으로 3주간 192건 이용에 그쳐'부당요금 징수' '불친절' 등 외국인에 대한 고질적인 불편을 해결하고자 지난 1일 서울시가 출범시킨 '외국인 관광택시(인터내셔널 택시)'의 이용률이 홍보 부족으로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동안 외국인이 관광택시를 이용한 건수는 총 192건에 불과했다. 이는 120대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택시 중 상당수가 3주 동안 1~2명의 손님밖에 태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 외국인 관광택시 승강장에서는 손님이 없어 몇 시간째 대기 상태로 있는 관광택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많아 무작정 기다릴 때도 있다"며 "그나마 내가 태울 수 있는 일본어 손님은 영어권 손님보다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택시는 손님을 찾지 못해 근심하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인들은 외국인 관광택시의 존재조차 모른 채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온 노부사와 루미꼬씨(61)는 "며칠 전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기본요금이 나왔는데도 2만5000원을 요구했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해코지라도 당할까 무서워 달라는 대로 주고 그냥 내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입국한 지 며칠이 되도록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한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그런 것이 있는 줄 알았다면 당연히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외국인 관광택시까지 만들었지만 홍보 부족으로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홍보 부족 문제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천공항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인천공항 외국인 관광택시 승강장이 위치한 곳은 공항 서쪽 구석인 C-14게이트.안내데스크도 비교적 구석인 D입국장 45번 카운터에 있다. 그렇다고 안내데스크나 승강장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존재하거나 공항 팸플릿에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이 외국인 관광택시에 대한 정보 자체를 알기 어려운 상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서울시와 홍보에 대해 얘기가 오간 적은 있지만 세부적인 사안은 결정한 바 없다"며 "사전에 홍보를 한 상태에서 (외국인 관광택시를) 도입했어야 했는데 발대식만 먼저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두석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관광객이 줄어 이용 숫자가 저조한 것 같다"며 "외국대사관이나 호텔,여행사,공항을 중심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택시는 영어 · 일본어 등 외국어 회화가 가능한 기사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8월에는 현재 120대에서 300대로 확대 운영된다. 외국인 관광택시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요금은 일반 택시요금에 20%의 가산금을 받는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