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검찰, 피의사실 공표로 盧압박"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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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시민단체 제기…'공익 목적' 반론도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를 계기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유 · 무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검찰이 기소 전에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보도하도록 한 것은 범법 행위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자체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적은 데다 '공익 목적'을 내세운 '처벌 불가' 의견도 적지 않아 논란의 결말은 미지수다.
◆"피의사실 공표해 노 전 대통령 압박"박근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팀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알렸다"며 "이는 언론을 통해 피의자를 압박한 것으로,국민의 알 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죄 여부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도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무법인 언세의 박형상 변호사는 "늘 지적돼 왔던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또다시 터졌다"며 "수사실적을 과시하려는 검찰이 언론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검찰이 적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법을 쓴 것 같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형법 제126조에서는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사실을 기소(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처벌 가능성 낮아…민사 소송이 변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때도 정몽구 회장 구속영장 내용이 사전에 유출돼 검찰이 "내부 유출자를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소리 없이 마무리됐다. 설사 수사를 해도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박형상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에 대해 피해자가 그 타당성을 법원에 재정신청할 수 있지만,설사 처분이 부당했다고 결론이 나도 검찰이 이후 공소유지를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측이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정부에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내 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있다. 그러나 법원 판례에서는 공표 목적과 내용의 공익성,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공표로 인해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고려해 위법성을 조각(阻却 · 없애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공인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사건이 법정에 가도 검찰에 유리한 판결이 날 가능성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독일에서는 아예 법원이 직권으로 판결 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시키기도 한다"며 "무죄 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