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그룹 구조조정 이달까지 약정 체결

채권단, 2~3곳은 핵심 계열사 매각 등 자구책 요구
9개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이 이달 말까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이 중 규모가 큰 2~3개 그룹을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보고 '알짜' 계열사 매각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일부 그룹은 약정 체결이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45개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이 9곳으로 결정됐다"며 "이번 주 안에 채권단과 약정을 맺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달부터 빚이 많은 45개 그룹을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해 14곳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약정을 맺어야 하는 곳으로 결정된 9개 그룹엔 부채규모 기준으로 10위권 1곳,11~20위권 1곳,21~30위권 2곳 등이 포함됐다.

주채권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6곳이며 외환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이 각 1곳씩이다.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조선 항공 등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일부 그룹은 약정대상에서 빠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약정 대상 중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2~3개 그룹이 핵심"이라며 "중요한 것은 약정 내용인 만큼 약정을 통해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꼽힌 그룹은 대부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A그룹은 최근 몇 년간 과도한 인수 · 합병(M&A)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금융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M&A를 통해 편입한 계열사를 구조조정해야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B그룹은 작년에도 약정을 체결했는데 경기침체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다. 산업은행은 최근 바이백옵션(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인수해 채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으며 그 외에 무엇을 더 요구할지 주목된다. C그룹은 이번엔 약정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로 영업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져 자구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9월께 채권단의 대기업 구조조정 결과를 점검해 잘못이 있을 경우 은행 경영진을 문책할 계획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는 은행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현석/이심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