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규어 'XJR' ‥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 5.3초

'재규어 XJR'는 세단과 스포츠카의 장점을 골고루 갖췄다. 낮고 긴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후함에다 도로에 나서면 재규어가 먹이를 낚아채 듯 폭발적인 가속력을 발휘한다.

재규어 XJR의 독보적인 장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고양이과 맹수인 재규어를 형상화한 엠블럼은 리퍼(leaper)라는 애칭답게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하다. '라이언스 라인'이라 불리는 재규어 특유의 보닛 곡선 또한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장이 5091㎜에 달할 정도로 낮고 긴 차체 또한 재규어만의 특징이다. 동급 세단보다 200㎜가량 길다. 'XJR'는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인 'XJ' 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이다. 많이 팔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브랜드의 상징 역할을 한다. BMW의 M 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비슷하다. 엄밀히 말해 재규어의 성능이 독일 고급차를 압도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만의 자동차'를 고집하는 이들이라면 재규어의 매력은 충분하다.

'모방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떠한 것도 따라하지 않는다'는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에서 알 수 있듯이 재규어를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국내에선 디자이너 지춘희씨가 재규어 XJR 스페셜 라인을 애마로 타고 있다. XJ시리즈는 영국 총리의 공식 의전 차량이기도 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중후함이 물씬 풍기지만 엑셀을 힘껏 밟으면 모습이 돌변한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굉음과 함께 힘껏 튕겨 나간다. 4.2ℓ V8 슈퍼차저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400마력의 힘이 초경량 100% 알루미늄 보디를 가볍게 이끈다. 웬만한 스포츠카를 뛰어 넘는 성능이다.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5.3초에 불과하다. 갈색 가죽과 원목으로 감싼 내부 디자인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한 그루의 호두나무에서 나오는 목재만 쓴다. 재규어는 목재와 가죽 시트 작업을 위해 자체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소음을 차단시켜 주는 이중접합유리 덕분에 음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