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 (58) 아모레퍼시픽 ‥ 3代 서경배 대표의 꿈

아버지 혼이 서린 녹차밭 세계최고의 茶圓 만들 것
"아버님은 녹차밭을 일구는 데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병중에도 녹차밭을 찾아 자라나는 잎을 어루만지며 가꾸셨지요. 녹차에 대한 아버님의 애정에 비하면 저는 반의 반도 못 따라갑니다. "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아버님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손길이 배어 있는 녹차밭에 갈 때면 회사 경영에 시달린 몸과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녹차를 한국인의 차문화를 빼앗은 커피를 대체하는 차(茶)로 만들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 대표는 "지금도 '한국인의 차는 녹차야'라는 아버님의 육성이 생생하다"며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그런 이유로 서 대표는 4월 곡우를 전후해 우전(雨前)용 녹차 잎을 딸 때면 아무리 바빠도 녹차밭을 찾아간다. '녹차를 한국인의 차로 만들겠다'고 한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서 회장이 처음 녹차밭을 개간하려 하자 직원들의 반대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미 커피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을 녹차로 바꿀 수 없는 만큼 화장품으로 번 돈을 녹차로 날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직원들의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서 회장은 "여생을 녹차밭에서 보내고 싶다"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잡종지인 '도리솥당',자갈밭인 '모록밭',가시덤불밭인 '광챙이' 등 한라산 중턱의 버려진 땅을 30년 넘게 개간,서광 한남 도순 등 3곳에 330만㎡ 규모의 다원(茶園)을 조성했다. 서 대표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한라산 중턱이 옥토로 바뀐 것은 다원 후보지를 물색하고 조성하는 과정에서 100회 이상 현지 답사를 하며 정성을 쏟은 아버님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서 대표는 2001년 제주 서광다원에 녹차박물관 '오설록 티 뮤지엄'을 개관했다. 서 대표는 '녹차 문화를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무료 입장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연간 관람객 50만여명 중 5만여명이 중국 · 일본 · 유럽인일 정도로 녹차 문화를 알리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서 대표는 녹차의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미생물 제제나 퇴비 등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일로향' 제품은 지난 5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월드 차(tea) 엑스포'에서 덖음차(찻잎을 볶아서 만든 녹차) 부문 1위를 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며 "아버님이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군 다원을 세계 최고의 다원으로 가꾸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