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 종지부] 삼성SDS BW 발행은 "손해액 재산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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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심 무죄판결 파기 환송…손실액 50억 넘는 지가 관건대법원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서는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제3자 배정방식으로 BW를 저가로 발행했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삼성SDS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었다. BW 발행은 기본적으로 자본거래에 해당하므로 저가로 발행했어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BW를 발행했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제3자 배정방식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는 것이므로 이를 저가로 발행하면 회사에 손해가 생긴다는 논리다. 주주의 경우는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자유가 있으나 제3자는 이러한 권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제3자가 신주를 인수할 때는 적정가격으로 인수해야 한다는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상법에도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신주 등의 발행에 있어서 제3자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발행가액으로 주식을 산 경우 회사에 대해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삼성SDS BW를 파기환송함에 따라 이 사건은 고등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번 받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BW의 적정가 문제다. 공소시효 문제가 달려 있어서다. 1심 법원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렸다. 특검이 제시한 5만5000원이라는 적정가격이 증명이 부족해 총 손실액이 50억원을 넘는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50억원이 넘지 않는 업무상 배임은 공소시효가 7년이다. 따라서 서울고법에서 적정가격을 얼마로 판단할지가 유죄 인정 여부의 관건이다.
삼성SDS BW 사건은 199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SDS는 각 계열사들의 정보관리를 맡고 있었다. 비상장이었던 이 회사의 지분은 삼성전자(29.0%) 삼성물산(25.3%) 삼성전기(11.7%) 등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7.3%) 이부진(2.5%) 이서현(2.5%)씨 등이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SDS는 1999년 2월 중순 시스템매니지먼트(SM)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230억원 규모의 BW를 사모(私募)로 발행하기로 했다. BW는 미리 약정한 금액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주가가 약정한 금액보다 높은 경우에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삼성SDS는 같은해 2월말께 이사회를 열어 1주당 7150원,연 이자 8%의 조건으로 BW를 발행했다. 이는 이재용씨 남매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삼성그룹 재무팀장이 인수했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은 삼성SDS의 BW를 헐값으로 이재용 전무 남매에게 발행해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며 이건희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SDS 임직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민제/김현예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