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길들여진 불쌍한 인간의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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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소재 연극 '들소의 달'1960년생 구양수.그는 공생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다. 8세 무렵 아버지가 전쟁터에 파병간 동안 엄마는 개장수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고,10세 땐 동네 형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다. 14세 땐 집 나간 엄마 대신 양엄마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고,스무 살 땐 광주민주화항쟁이 터져 감옥에 간다. 그것도 시위를 하다 잡혀간 것이 아니라 오락실에 오락을 하러 가던 길에 계엄군에게 잡혀간 것.심지어 군대에선 양말 하나 때문에 싸움이 벌어져 영창 신세를 진다.
양수의 인생은 온통 상처투성이.그러나 아무도 그를 위로할 마음은 없다. 다만 "인생은 원래 불편한 거야.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드는 법"이라는 말만 돌아온다. 아,불쌍한 대한민국 남자여.아버지의 가부장적 사고로 가정에서의 폭력을 배웠다면 군대에선 '까라면 까'식의 사회적 폭력을 경험한다. 약자들은 가해자들에게 점점 관대해지면서 '그래도 난 살 만하다'는 명분을 만들어 그 안에 갇혀 버린다. 그래서 '폭력'은 더 심해지고 더 익숙해진다.
제목 '들소의 달'은 양수의 인생철학과 맞물린다.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빼놓지 않고 보던 어린 시절의 양수는 '절대 무리를 이탈하지 않는'아프리카 오카방고의 들소떼를 보며 '난 절대 내 소신에서 이탈하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는가 보다. 극에서 들소는 그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달은 이상향을 뜻한다.
작가는 '강철왕' '마리화나'에서 어두운 주제를 넘어선 유머 감각을 뽐내온 고선웅씨다. 6월7일까지 대학로 마방진 극공작소.1만5000원.(02)3676-7849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