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시장에 올라타라] 통화ㆍ주가 동반강세‥"미래는 아시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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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기 가장 먼저 회복된다"지금까지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재정적자가 적고 금융 및 주택 부문의 부실 규모가 크지 않아 강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중국 4분기 두자릿수 성장, 지난해 印尼ㆍ베트남은 6%대
태국ㆍ대만 등 통화가치 상승 주가도 30~48% 급등, 선진국보다 두배이상 올라
"미국 국채보다는 아시아 주식을 선호한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아시아가 매력적이다. "(월가 투자분석가 마크 파버)
◆루비니 교수 "미래는 아시아의 시대"
아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통화가치와 주식가격이 폭락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마저 급감,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올 들어 통화가치와 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실물경제의 침체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비관론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닥터 둠(Dr.Doom)'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마크 파버도 아시아 경제에 관해서만큼은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 기조연설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아시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도 외부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 건실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10년 전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 부문에서 절제와 유지 및 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파버는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가 저점을 찍었다고 본다"며 "특히 한국과 대만의 주가는 작년 11월에 기록한 저점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4분기 두 자릿수 성장 전망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아시아 주요 국가의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우선 아시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6.5%)를 바닥으로 딛고 오르기 시작해 2009년 전체로는 8.0%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4분기 성장률이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힘입어 두 자릿수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경기침체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동남아 국가들은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했다. 인도네시아(6.1%)와 베트남(6.0%)은 6%대의 고성장을 유지했고 말레이시아(5.1%)와 필리핀(4.6%)도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태국(2.6%)과 싱가포르(1.1%)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한국은 지난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0.1%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환율이 급등(통화가치 하락)하는 등 대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들 국가의 외화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5개국의 유동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모두 기준치인 1.0을 웃돌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찬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은행 및 기업의 해외차입 의존도가 낮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했지만 단기 외화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태국(1.1%) 한국(0.2%) 대만(0.1%)의 통화가치는 달러 대비 상승(환율 하락)했고 싱가포르는 통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했지만 하락폭은 1.7%에 그치고 있다.
◆아시아 주식시장 활황
올 들어 아시아 주가도 동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 투자자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아시아 증시도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올 들어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을 맞이하자 전 세계 자금이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석 달 사이 인도네시아 주가는 48.0%나 올랐고 싱가포르(43.7%)와 홍콩 항셍지수(39.6%)도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상승률이 30.9%에 이르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6.4%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17.5%),독일(28.7%),프랑스(20.7%)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강한 흐름이다. 지난달 씨티그룹은 '글로벌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라며 아시아 주식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한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의 투자 가치가 높다"며 "이들 국가의 은행 및 정보기술(IT) 분야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