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신용카드의 성공 비결] 카드 연회비 200만원…"상위 0.05% VVIP에만 발급합니다"

현대 '블랙카드' 회원 1800명, 기업 CEOㆍ고위 공무원 등 대상
철저한 심사 거쳐 가입 승인
항공료 할인ㆍ등급 업그레이드 특급호텔 이용권 등 최고급 혜택
카드업계, 너도나도 시장 진출
코스닥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K씨.다음 주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그는 최근 발급받은 현대 블랙카드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다. 항공사나 현지 호텔에 따로 전화를 할 필요없이 블랙카드 회원 전담 데스크를 통해서 모든 것이 이뤄졌다. 항공료 10% 할인과 최고 10억원 보상의 여행자 보험에다 인천국제공항 도착시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는 상담원의 설명을 들었다. K씨는 상담원에게 비즈니스 미팅에 적합한 뉴욕 시내 레스토랑을 추천받아 예약을 의뢰했다.


◆VVIP마케팅의 효시 블랙카드신용카드가 단순히 결제 수단을 넘어서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것이 2005년 초 출시된 현대 블랙카드다. 상위 0.05%의 초우량 고객을 뜻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를 상대로 발급되는 블랙카드는 현재 1800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카드 측은 앞으로 전체 발급장수를 9999장으로 한정할 예정이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200만원이다. 원래 연회비는 100만원이었으나 올해 이를 두 배 인상했다. 현대카드 중 가장 많이 발급된 M카드의 연회비가 2만원(국내 전용은 1만5000원)인 것에 비하면 100배나 비싸다. 그럼에도 회원을 탈퇴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현대카드 측의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블랙카드 회원들의 월평균 사용액이 900만원을 넘는 데다 연체율이 0%에 가깝기 때문에 연체나 휴면회원 관리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랙카드는 회원이 가입을 원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카드사가 먼저 초청을 해야 신청서를 낼 수 있다. 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기업체 CEO 및 상위 임원,단과대 학장,장관급 공무원,종합병원 원장,법무법인 파트너급 변호사 등이 초청 대상이다. 블랙카드 초청장을 받고 가입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100% 가입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현대카드 대표이사,리스크본부장,마케팅총괄본부장 등 8명으로 구성된 '더 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가입 승인을 해줘야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VVIP카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표를 구매하면 퍼스트 클래스 잔여석으로 좌석 등급을 업그레이드 해주거나 동반자 1인의 항공요금 50%를 할인해 준다. 대한항공은 퍼스트 클래스 업그레이드 서비스만 제공한다. 또한 매년 회원들에게 특급 호텔 12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만원 이용권과 객실 및 식음료 할인권 등을 약 400만원어치 보내준다.

최근에는 더블랙 컨시어지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컨시어지란 다양한 형태의 고객 요구를 접수해 수행하는 일종의 개인 비서 서비스다.
◆업계 선두의 도전

현대카드가 VVIP카드 시대를 연 이후 다른 카드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회비 100만원의 프리미어카드를 출시한다. 이 카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좌석 업그레이드,골프장 그린피 할인,병원 무료 건강 검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한 롯데,그랜드하얏트,파라다이스부산,제주신라 등 국내 특급 호텔에서 호텔 멤버십 서비스는 물론 스위트룸 무료 제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프리미어카드는 VVIP 고객 중에서도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소수의 고객에게만 한정 발급할 계획"이라라고 말했다. 롯데 인피니트카드는 전 세계 주요 지역 개인 전용기 서비스,요트 렌털,여행패키지 상품 100만원 할인,에비뉴엘 백화점 전문 쇼핑도우미 서비스,국내외 비즈니스 왕복 항공권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인피니트카드는 세계적인 귀금속 디자이너 예명지씨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삼성카드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와 제휴를 맺고 루와드뱅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고급 와인 매장에서의 할인 혜택과 프랑스 와인 선물시장에서 와인을 미리 확보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