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제조업 상징 GM 파산의 교훈

101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GM은 그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군림해 오면서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제 미국을 대표하던 빅3 가운데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이 어제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미국 자동차산업은 존망(存亡)을 걱정해야 할 만큼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로서는 GM이 왜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내몰리게 됐는지 냉엄하게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요동칠 게 분명한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변화에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던 날 미국 의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GM이 법원의 감독하에 구조조정을 통해 보다 슬림화되고, 활기있는 GM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GM이 생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데다 미국 소비자들이 GM차를 계속 사 줄지도 의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GM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강경노조는 기업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켰고, 경영자들은 현장보다 금융 등 단기적 경영에만 몰두했다. 게다가 시장흐름을 읽는데 실패하면서 도요타 등 경쟁사들에 밀렸다. 이런 내부적 요인에다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우리는 GM의 몰락 원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GM 파산이 몰고 올 자동차 시장의 재편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당장 인수 · 합병 움직임이 거세다. GM유럽의 오펠 등의 우선협상자로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가 선정됐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도요타는 다시 '카이젠(개선)'을 외치면서 몸집을 줄이고, 노사가 위기돌파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자국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자동차산업 육성에 박차(拍車)를 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서바이벌 게임에 진입했다.

이 모든 것이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환경이 변한 만큼 새로운 경쟁전략이 절실하다. 노사가 합심하고, 차세대 자동차에 승부를 건다면 승산은 있다. GM대우 문제도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