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기고‥이업종간 지식융합으로 신성장동력 창출할때

김태일
최근 발표가 난 소비심리 지표를 보면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융 부문의 회복세가 실물경기 호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경제는 차세대 성장동력,즉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시기에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방안이 될 수 있는 성장동력은 어떤 영역이고 어떻게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국가적 차원에서 녹색성장이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등의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래 성장동력 산업은 산업 및 기술 간 경계를 허무는 수평 · 수직적 제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로 '지식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켜 성공한 사례에서 지식 융합을 볼 수 있다. 업종 간 경계의 붕괴 현상은 산업기술 측면만이 아닌 복잡한 사회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사회과학 분야의 학제적 연구법(Interdiciplinary Approach)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성공적인 지식 융합에는 중소기업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새로운 영역일수록 기동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기술개발을 통한 융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의 뿌리이자 현장 혁신의 주체인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빠른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 및 업종이 다른 중소기업 간 단순 정보 교류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공유와 협업,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 활동은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 얼마 전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방향을 제시하고 비전을 밝힌 대규모 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전시 제품의 공통점은 대부분 첨단기술 간 융합화의 산물이었다. 기술혁신의 화두인 개방형 · 협력형 연구개발(R&D)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은 기술개발,마케팅 등 각자의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협업 및 분업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도 지식 및 기술 융 · 복합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공동 연구개발과 이(異)업종 간 행사 및 교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업종 간 교류의 중요성에 비해 정책적 지원 역량이 부족하고 이업종 간 교류 활동의 양적인 증가에 비해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가 부족한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이는 정부 당국과 중소기업의 공동 숙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업종 간 교류 활성화'라는 구슬을 얼마나 슬기롭게 잘 꿰느냐가 불황의 터널 속에 있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