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100년展' 공동위원장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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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편견 극복한 만화 이젠 문화의 뿌리""한국 만화가 100살을 거저먹은 게 아니에요. 일제 강점기,6 · 25전쟁,군부 독재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핍박을 받았거든요. 때로는 지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으며 때로는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고요.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독자와 작가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만화'가 조만간 등장할 겁니다. "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57 ·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 그림)은 2일 "일제 강점기 때 사회 계몽 수단으로 태동한 우리 만화는 1960~1980년을 전후해 전국에 만화방이 2000곳 이상 운영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만화의 효시는 이도영 화백이 1909년 6월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게재한 민족정신과 애국계몽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의 시사만화였다.
박 화백은 그러나 만화를 보면 공부에 지장이 있고 성격도 나빠진다는 사회적 편견과 만화가의 자율적인 표현을 막은 정부 검열 등과 맞서 싸워야 하는 어려운 시절도 겪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만화가게 집 아들인 나는 만화를 엄청 많이 봤지만 행복했고 마음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시 사회는 아이들이 저지른 잘못을 모두 만화에 뒤집어씌웠다"고 억울해했다. 또 지나친 검열 때문에 우리 만화산업이 일본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고 진단했다. "옛날에는 온 가족이 한방에서 잤는데 어린 오누이가 한방에 있으면 남녀칠세부동석이라 그런 장면은 못 그리게 했다. 또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그릴 때는 몸이 나오면 안 되고 멀리서 발만 그려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
박 화백은 "그런 시절을 견디고 꾸준히 성장해 온 우리 만화는 이제 문화산업의 유망한 콘텐츠로 영화는 물론 게임 연극 드라마 등으로 활용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화 '올드보이',게임 '리니지',학습만화 '마법천자문',TV 드라마 '궁' 등 만화에서 소재를 얻은 문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만화시장은 지난해 기준 8000억원대로 성장했다"며 "청소년보호법 강화로 서점들이 만화 취급을 꺼리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화단체로 구성된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는 3일부터 8월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화-한국만화 100년전'을 연다. 이곳에 가면 일제 강점기와 6 · 25전쟁 전후 서민들을 위로했던 만화책,순정만화,시사만화,웹툰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작업을 한 고우영 이현세 허영만 양영순 박지소씨 등 250여명의 작품 15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