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車 주역' KAIST로 간 까닭은…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
안충승 전 현대重 사장
전기차ㆍ모바일하버 사업 대표로
KAIST(총장 서남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기술개발 사업에 산업계 최고 권위자들이 가세했다. KAIST는 조선업과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차세대 성장동력의 상용화 시기를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KAIST는 ㈜모바일하버와 ㈜온라인전기차의 대표이사로 안충승 전 현대중공업 사장(71)과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64)을 각각 영입했다고 2일 발표했다. 모바일하버와 온라인전기차는 KAIST가 개발 중인 미래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KAIST 발전기금재단이 출자한 자본금 5000만원으로 각각 설립된 기술회사다.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은 기존의 연구사업단이 맡지만 상용화 부문은 새로 설립된 두 기술회사가 추진하게 된다. 서남표 총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모바일하버와 온라인 전기차 사업은 각각 32명,14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정부도 중요성을 인정,이들 기술의 원천기술 개발에 각각 250억원의 추경예산을 최근 배정했다.

모바일 하버는 기존의 선박과 항만의 관계를 뒤바꾼 역발상 항구로 바닷물에 뜨는 항구가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으로 이동,컨테이너선이 항구까지 들어오지 않고도 신속하게 하역한 후 떠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미국 MIT 해양공학박사 1호인 안충승 신임 대표는 해양 · 조선 플랜트 분야의 최고전문가로 현대중공업 사장,라무니아(말레이시아 국영석유자회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 안 대표는 "세계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들을 처리할 대형 항만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바일 하버가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학문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기술도 산업화하려면 경제성 확보 등의 많은 과제가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 문제 해결을 비롯해 시장 확보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장 이번 주에 미국을 방문해 휴스턴,뉴욕,뉴저지 항만의 모바일 하버 수요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온라인 전기차는 도로에 매설된 전선에서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주행하는 자동차.별도로 충전할 필요가 없으며 대형 배터리로 가는 전기차보다 비용이 3분의 1밖에 안드는 신개념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이충구 대표는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현대 · 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까지 포니 승용차를 포함해 34개 차량 모델을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신화를 창조한 주역이다. 이 대표는 "전기 자동차를 비롯한 환경 자동차는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표준화가 안돼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표준을 우리나라가 선도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며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지만 온라인 전기차라는 흥미로운 기술을 최적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순흥 KAIST 부총장은 "이미 증명된 분야나 남들이 이미 진출한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논란은 없지만 의미도 없다"며 "산업계의 두 권위자가 영입된 만큼 연말까지 원천기술 확보에서부터 시현에 이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