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씨 역사소설 '열애' 출간

사랑에 대한 '운명 방정식'
"저는 위험한 삶을 사랑합니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베수비오 화산 비탈에 사는 도시의 시민들 같은 삶이라고 할까요. 현대에는 이렇게 사는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제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자신을 모두 던지며 위험하게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

소설가 김별아씨(40)는 격렬하고 위험하게 살다간 역사적 인물들을 되살리는 데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신라시대를 주름잡은 여인 미실을 내세운 장편소설 《미실》이 그랬고 《논개》나 《백범》도 그랬다. 그런 그가 이번에 발표한 《열애》(문학의문학) 또한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조선 청년 박열과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이다. 3일 간담회에서 김씨는 박열과 가네코의 관계에 대해 "슬픈 성장기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각자의 운명을 향해 가다가 서로를 만나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표현했다.

가네코는 대일본제국에서 태어났지만 철저하게 변두리로 밀려난 여성이다. 김씨가 되살려낸 가네코는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사생아로 태어나,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을 이리저리 넘기려 하는 이기적인 부모와 잔인하게 학대를 일삼는 친척 밑에서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인물.강제로 유린당한 후 육체만을 탐하는 남자들에게 시달리며 '독주의 취기보다 깊고 무거운' 절망에 빠져든다.

그런 가네코는 식민지인으로 일제의 핍박을 겪으며 자라나다 독립운동과 무정부주의에 눈을 뜨게 된 허무주의자 박열에게서 같은 종족의 냄새를 맡는다. 예감은 그토록 갑작스레,운명은 그다지도 뜨겁게 닥쳐왔고 둘은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정서적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지로 함께하게 된 두 사람은 '일본 천황가 폭탄 투척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나란히 사형을 선고받은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지만,가네코는 이에 저항해 자살을 택한다. 가네코가 생전 옥중에서 남긴 일기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는 김씨는 "근대 일본에서 이탈된 자인 가네코가 식민지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한다는 차원에서 필연이었다"면서 "가네코의 삶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인간의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가네코는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끝까지 갔던 인물"이라면서 "소설 속 인물들을 너무 가혹하게 다룬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도 108배를 하며 참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