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물펀드' 갈아타기 고려할때

연초이후 수익률 3%대… 선진국 펀드와도 중복
글로벌 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물펀드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가 연초 이후 30% 넘는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물펀드의 수익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투자 펀드 내 물펀드 비중이 높을 경우 이를 국내 주식형이나 이머징마켓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하고 있다.

3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10개 물펀드의 올 수익률(2일 기준)은 평균 3.05%다. 최근 1개월만 놓고 보면 6.76%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5.53%)을 조금 앞서지만 연초 이후나 1 · 2년 수익률에선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크게 뒤처진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해외 주식형펀드(33.64%)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2년 손실률은 해외 주식형펀드보다 2배나 크다. 연초 이후 수익률에선 '산은S&P글로벌워터증권자투자신탁'과 '한국투자워터증권투자신탁'이 각각 6%를 넘어 가장 높은 편이다. 설정액이 3000억원을 웃도는 '삼성글로벌워터증권자투자신탁'은 3%대에 그치고 있으며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증권투자신탁'은 환손실로 인해 4~5% 손실을 입고 있다.

물펀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물 산업 관련주들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유럽 내 물 관련 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일찌감치 관련 기업이 성장한 데다 미국도 관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 펀드의 부진은 선진증시 부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미국 유럽 등의 시장 흐름이 상대적으로 부진해 이들 증시에서 물이나 환경 관련 테마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1개월 동안 다른 펀드보다 2배나 높은 12%대 수익을 낸 한국투신의 '한국투자워터증권투자신탁'은 중국 기업까지 편입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물펀드의 투자 매력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가 조정 때 수익률을 방어하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진시장보다는 양호한 성과를 내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증시 상승 가능성이 높은 이머징마켓펀드가 수익률 측면에서 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보유 펀드들을 감안해 비중을 조절할 것을 권했다. 조 연구위원은 "물펀드만 든 투자자라면 분산 차원에서 국내 주식형이나 이머징마켓펀드로 일부 교체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물펀드와 선진펀드를 같이 가입한 투자자는 중복 투자인데다 상승 탄력도가 떨어질 수 있어 펀드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조언했다. 다만 물펀드와 국내 주식형펀드,물펀드와 이머징마켓펀드를 같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엔 분산투자 효과를 볼 수 있어 좀 더 기다려볼 것을 주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