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처럼 금융도 세계 제패 가능"
입력
수정
●금융 투자 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
정회동 NH투자證 사장 서울시립 大강연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처럼 금융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정회동 NH투자증권 사장은 4일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에서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정 사장은 '자본시장통합법과 증권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증권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준비된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6~7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이 감지되자 곧바로 '위기'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IB(투자은행)부문 인력을 보강해 금융위기로 어떤 업종이 어려움을 겪을지,그들에게 필요한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연구하게 했다. 다른 증권사보다 한발 앞서 준비한 덕분에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말 미분양 아파트 문제로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건설사들이 정부 보증을 받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 방안을 통해 1조원 규모의 ABS가 성공적으로 발행됐고,NH투자증권은 단독 주관사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또 이 ABS를 자사 영업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어려운 시기에 채권 리테일(소매) 영업망을 탄탄하게 다졌다. 정 사장은 "준비된 사람의 프리미엄을 누리려면 남보다 앞서 미래를 상상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창의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인재일수록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창의력은 원칙을 갖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1999년 LG투자신탁운용 상무로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LG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증권업계로 들어온 당시 정 상무는 회사가 대우그룹 회사채를 1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데 놀라 모두 매각할 것을 주장,이를 관철시켰다. 당시로선 수익률이 높은 대우채에 많이 투자하는 게 보편적인 일이었지만 비정상적인 수익률은 위험하다는 그의 판단은 얼마 뒤 터진 대우사태에서 회사가 큰 피해를 보지 않게 만들었다.
대학생인 두 딸을 둔 정 사장은 자신이 겪은 어려움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LG증권 부사장을 맡고 있던 2005년 초 우리은행이 LG증권을 인수하면서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됐단다. 정 사장은 "1년 가까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쉽게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날 서울시립대를 끝으로 지난 5월8일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2009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