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랍-美 새로운 관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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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동 순방…카이로 大 연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동 평화를 중재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순방에 나섰지만 첫날부터 암초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에 도착한 3일 이스라엘은 그의 이스라엘 정책이 과거 미 정부의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서안에 짓고 있는 이스라엘인 정착촌 건설을 오바마 대통령이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거를 반복하는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알자지라 방송은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음성 녹음 테이프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이슬람권 정책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은 음성 테이프에서 "오바마는 그의 전임자 조지 부시의 적대적인 이슬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면서 "특히 파키스탄에서 보여준 그의 정책은 무슬림 사이에 반감을 키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4일 이집트에 도착,대통령궁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카이로대학에서 이슬람권 15억명의 무슬림들에게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설을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대테러 대책 등 이슬람권 주요 현안에 대해 이집트에 협조를 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이로대 연설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와 관타나모 수용소 등에서 자행된 미군의 가혹 행위로 상처받은 이슬람권의 자존심을 다독였다. 연설은 주요 방송을 통해 중동 지역에 생중계됐으며 백악관 홈페이지,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인터넷 웹사이트에도 게재됐다. 하지만 아랍권 비평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 등 과거 행정부 시절의 이슬람권 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경우 이번 중동방문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