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총장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종종 발동됐다"

임채진 총장 퇴임소감 파장…"중수부 폐지는 반대"
임채진 검찰총장은 5일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끝내고 퇴임하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이란 자리는 (자리에 연연해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위태로운 자리"라며 "지난 1년6개월간 이쪽저쪽에서 참 수없이 흔들렸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임 총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퇴임식을 갖고 임기 6개월을 남겨둔 채 중도하차했다. 임 총장은 퇴임식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임 총장은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갈등과 긴장'이라고 표현하고 "어떤 바보같은 사람이 총장으로 와도 (검찰 조직 보호를 위해) 발톱을 세운다"며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그런 관계고,그게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과거 강정구 교수 사건 때 1건 밖에 없다는 건 틀린 얘기"라며 "항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 작년 6월 '광고주 협박' 사건도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법무부 검찰국장을 할 때도 '시위에 엄중 대처 바란다'는 식으로 많이 했다"며 "그것도 일종의 수사지휘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 청와대나 법무부 등에서 압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임 총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검 중수부 폐지론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떤 제도에도 부정적 요소가 있으며 수사관행과 기법,언론브리핑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건 좋지만 중수부를 폐지하면 부패 수사 기능이 약화돼 부패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직비리수사처와 상설특검 설치에 대해서도 "중수부보다 훨씬 자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위헌이란 의견이 많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임 총장은 피의사실 공표 등 언론과 검찰 간 관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구속해라 불구속해라 등 검찰의 결정단계가 아직 멀었는데 (언론의) 무언의 압박이 느껴져 합리적 결정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검찰과 언론의 적절한 관계를 살피기 위해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 총장은 퇴임 후 개인변호사로 개업할 예정이다. 경남 남해 출신인 임 총장은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부 검찰 1 · 2과장과 서울지검 2차장,춘천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임 총장의 퇴임에 따라 총장권한대행을 맡게 된 문성우 대검 차장은 신임 총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중수부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수사진을 교체할지 등 향후 수사 방향을 신속히 정하기로 했다.

문 총장권한대행은 "(여론의 공격에) 개의치 않고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다만 앞으로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나 수사과정상 개선해 나갈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