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재개발] 세입자 이주대책 의무화… 분쟁조정위 설치도

용산참사 후 개선책
용산 참사 이후 정부는 세입자 대책을 적극 보완하는 쪽으로 재개발 관련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통과되고 5월27일 공포된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 보장을 위해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조합과 조합원,정부 · 공기업 등 3자에게 상당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예를 들어,조합은 사업시행계획에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 대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대책을 마련하려면 조합 사업비가 늘어나 조합원의 부담이 커진다. 또 주택공사 등은 조합이 요청할 경우,공공임대주택을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순환용 주택(재개발 사업 기간 동안 이주해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 밖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시 · 군 · 구에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분쟁을 조정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부구청장,재개발 사업 담당 공무원,대학교수나 연구원,변호사,감정평가사 등으로 구성된다.

의무사항만 늘려놓은 건 아니다. '당근'도 있다. 개정 도정법은 조합이나 조합원이 세입자에게 손실보상 기준 이상의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거나 영업의 폐지 또는 휴업에 따른 손실 보상을 한 경우,시 · 도 조례를 통해 용적률의 125% 내에서 용적률을 완화해줄 수 있도록 했다. 또 재개발로 마련되는 임대주택 분양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조합의 요청으로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매입해 줘야 한다.

문제는 법 개정보다는 실효성 여부이다. 일단,시행 시기인 오는 11월 말 이후 재개발 사업 현장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 재개발사업 전문가는 "정부가 집주인들에게 세입자 때문에 생기는 손실을 용적률 확대 등으로 보상해 준다고 개정법에서 밝혔지만 집주인들 입장에선 임대 계약기간이 끝나면 세입자들을 그냥 내보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골치 아픈 세입자 문제를 끌어안고 가느니 임대료 수입을 포기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순환용 주택' 내지 '순환 재개발'에 관심이 모아지자 혹시 재개발이 공영개발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민간 건설사에 비해 사업비가 높아지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조합이 주 · 토공의 적극적 역할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