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전권역이라고 10년간 공장 증설 못해"

●MB정부 1년 반… 기업 목 줄 죄는 '전봇대 규제' 여전
"부가세를 납부할 형편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세금의 4배나 되는 회사 소유 땅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

인천지역 대기업인 T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어려울 때 도와주기는커녕 목줄을 더 죄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양도세는 시세인 감정가액을 적용하는 반면 납세 담보로 제공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개별 공시지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원래 부가세는 납세 유예가 안 되는데 경제 상황을 감안해 예외를 인정해준 것"이라면서도 담보 기준에 대한 법률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광역시 하남산단 내 전자부품업체인 K사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에 운영자금 2억원 보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주거래은행에 이자를 연체한 과거 기록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기업 생산활동에 발목을 잡거나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피해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부산 정관면 용수리와 매학리 일대에 들어선 중소기업 100여개사는 최근 부산시의 도시관리계획이 바뀌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년 전부터 허가를 받아 입주해 있던 이들 업체의 공장부지가 지난해 말 자연녹지지역으로 재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60%였던 건폐율이 40%로 줄어 공장 확장과 개보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문화재보호와 관련된 불합리한 규정도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전봇대 중 하나. 경남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2004년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일대 1만9489㎡ 부지에 하루 소주 100만병을 생산할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으나 지표 조사에서 문화재가 출토돼 발굴 조사를 하는 바람에 최근에야 공장을 지었다. 문화재 발굴 조사는 법적 기간의 제한이 없어 조사에만 3년이 걸렸다는 것. 게다가 청동기시대 주거지로 추정돼 공장 예정지의 절반에 대해 원형보전 결정이 내려지는 바람에 발굴 비용 4억8000만원도 무학이 물어야만 했다.

수도권규제도 최근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대표 업체인 경기도 이천시 J사. 이 회사는 지금도 공장 입지규제로 10년이 넘도록 공장 증설을 못해 애태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노후화로 생산성 제고와 수요 증가 대처를 위해 3146㎡의 증설면적이 필요하나 자연보전권역이란 이유로 아직도 시설확충에 손도 못대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보전권역은 증설 면적이 1000㎡ 이내만 허용돼 사실상 증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업을 둘러싼 규제가 몇 겹으로 덕지덕지 쌓이다보니 한두 개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규제가 남아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 등 근원적인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김인완/부산=김태현/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