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는 추모‥정치권 勢몰이 이용은 싫다"

'6·10대회' 시민참여 저조

'6 · 10 범국민대회'가 10일 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열렸다. 서울광장에선 민주당 등 야당과 민주노총,화물연대,시민단체 등이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대회를 진행했으나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컸다는 게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추모는 추모로 끝나야 한다고 본다. 대규모 집회로 세를 과시하려는 모양새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합과 용서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촛불시위' 열기는 없었다.

작년 5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100일간 이어진 촛불시위에는 경찰 추산 93만2680명이 참가했다. 촛불시위의 절정은 서울에서만 7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작년 6월10일의 '100만 촛불시위'였다.

하지만 6 · 10 범국민대회에서는 어디서도 작년과 같은 시민들의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전 11시부터 40분 동안 진행된 '6 · 10의 현재적 의미' 특강에는 시민 200여명만이 참석했다.

오전부터 서울광장 주변 곳곳에서 경찰과 야당 국회의원 등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이어지자 행사장을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김모군(20 · 고려대 법학과)은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불법집회로 규정돼 개방이 불허된 서울광장에 난입해 농성을 하는 건 아이러니"라며 "민주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스스로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 주최 측 하루종일 실랑이

행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10시 경찰이 광장에 들어간 무대설치 차량을 끌어내려 하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몸을 던져 저지하는 등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7일째 단식투쟁 중이던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서울광장으로 들어오려던 음향차량을 막는 경찰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과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민들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광장을 지나던 일부 시민이 "서울광장이 정치인들의 술수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시민들끼리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7시30분께 시작된 행사에는 금속노조 화물연대 등 노동단체와 진보 시민단체,민노당원 등이 몰렸고 10시께는 참가자가 5만여명(경찰 추산)으로 늘어났다. 오후 10시를 지나 행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경찰과 행사 참가자들 간 충돌도 격해졌다. 태평로 거리로 나와 광화문으로 향하던 행렬을 경찰이 막자 일부 참가자들은 인분을 뿌리며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광장에 남아 있던 참가자에게 강제해산을 경고하고 오후 11시10분부터 연행 등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경찰의 연행을 피해 대한문 앞으로 옮긴 1000여명도 오후 11시30분께 자진해산,태평로 차량 통행이 4시간여 만에 재개됐다.

경찰 측은 대회 주최 측 관계자들과 참가 단체 회원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반 시민의 숫자는 5000~6000명에 그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불법 · 과격시위를 벌인 참가자들에 대해선 "증거수집을 통해 끝까지 추적,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