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대회'에 盧 추모 민심은 없었다

시민 참여 예상보다 훨씬 적어, 일부 시위자만 도로 점거ㆍ몸싸움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6 · 10 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는 우려했던 심야 과격시위 없이 끝났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대회 주최 측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반(反)정부 투쟁 동력으로 삼기에는 부족했다. 행사가 열린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일부 과격시위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충돌도 있었으나 대부분 '자존심치레용 시위'에 그쳤다.

10일 오후 7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야당과 노동계,시민단체 등에서 5만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대회 준비위에 참여한 500여개 단체와 야당,노동계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시민 참가자 수는 수천명에 불과했다는 게 경찰의 추산이다. 전국적으로도 부산에서 5000여명,대구에서 600여명,대전과 광주에서 각각 2000여명과 1500여명이 모였을 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명분으로 'MB(이명박 대통령) 반대'를 외쳤던 지난해 6월10일 '100만 촛불집회' 열기와는 딴판이었다. 대회 주최 측이 기대했을지 모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500만 민심'도 서울광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노동계 등이 믿었던 '추모 민심=반정부' 공식은 성립되지 않았다.

이날 대회 주최 측이 본 것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민심의 실체였다. 주최 측은 추모 민심이 온전하게 '반MB'가 아니라는 것을 이날 행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날 행사만 놓고 보면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던 500만 추모객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대한 불만 만큼이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노동계의 불순한 동기에 대해서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정쟁보다는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치권을 보고 싶고,이념 투쟁보다는 건전한 시민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를 두고 싶어 한다. 노동계의 정치투쟁도 바라지 않는다. 모두 소시민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이해다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광장을 찾았다가 10분 만에 자리를 뜬 홍순길씨(48 · 회사원)는 "22년 전 6 · 10항쟁 때 거리에 나섰던 경험이 있어 이곳에 왔는데 그때의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며 "이제는 대한민국이 편가르기 싸움만 할 게 아니라 모두가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