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없는 이슬람채권 한국기업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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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추진 성과 못거둬증권사들이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인 이슬람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이자가 없는 수쿠크(이슬람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국내 제도로는 수쿠크가 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 투자자에게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여서 발행 기업들이 거래세와 부가세 등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법 등 제도지원 뒷받침돼야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회계 및 세제 정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쿠크는 국내 기업들에는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부다비 투자 사절단이 최근 방한해 매각을 추진 중인 주요 국내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이슬람 머니의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수쿠크 발행이 막혀 있어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정유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쿠크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성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우 우리투자 한국투자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말레이시아 증권사들과 제휴, 현지에서 수쿠크 발행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일체의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발행기업들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지 못하는 대신 부동산 등의 실물거래를 중간에 끼워 배당금 형태로 이익을 돌려주는 방식을 쓰게 되는데,이 경우 현행 국내법으로는 상거래로 간주돼 부가세나 거래세 등 각종 세금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기업으로선 오히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게 돼 굳이 이 채권을 발행할 메리트가 없어지는 셈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전략기획부의 강종근 차장은 "지난해는 외자 조달이 시급한 때여서 기업들이 수쿠크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꼼꼼히 따져 보니 조달 비용이 오히려 더 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긴 올 들어서는 관심이 시들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및 민간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수쿠크 발행을 지원하기 위한 상법 소득세법 등의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재우 우리투자증권 국제금융부장은 "이슬람 금융 허브를 추진 중인 홍콩과 싱가포르 등도 관련 법과 제도를 고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법 등과의 상충문제까지 검토해야 해 수개월 내에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