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매도… 프로그램 매물 5300억 유발

프로그램을 통해 연일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 이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던 베이시스(선 · 현물 간 가격차)가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더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해 지수를 끌어내리는 '왝더독'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물이 5308억원으로 급증하며 코스피지수를 한때 1400선 근처까지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3945억원을 순매도하자 이미 현물(주식) 가격을 밑돌고 있는 선물 가격이 추가 하락해 싼 선물을 사고 비싼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 거래가 늘어났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만기일 이후 선물 가격이 회복되면서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을 밑도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선 '팔자'를 고수하면서 베이시스의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은 지난주 만기가 돌아온 6월물을 청산하는 대신 다음 만기물인 9월물로 갈아타며 3만계약가량의 매도 포지션을 '롤오버(이월)'시켰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옵션 만기 이후 하루에 선물을 1조원 가까이 매도한 날이 세 차례나 돼 외국인의 누적 선물포지션도 이미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는 선물시장 외국인이 그만큼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그간 꾸준히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1400선 위에서는 위험 회피를 위해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아지면 높은 가격에 팔아놨던 선물을 되사고 현물을 파는 '매수차익 거래 청산'이나 선물 가격의 반등에 대비해 일시적으로 현물 대신 선물로 갈아타는 매도차익 거래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달 만기일을 전후해 매수차익 잔액은 바닥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최근 나오고 있는 프로그램 매물은 대부분이 매도차익 거래라는 분석이다. 심 연구원은 "선물의 저평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인덱스펀드 외에 증권이나 은행 등 고유계정을 운용하는 기관들마저 매도차익 거래에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매도차익 거래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덱스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이 61%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인덱스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으로 선물과 연계해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 매수를 불러올 수 있는 베이시스의 플러스 반전을 위해선 외국인의 선물 매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선 중간배당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면서 선물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이달 말 정도에나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