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레이싱 마케팅으로 아우디 뚫었다

2000년 이후 모터 스포츠 후원하며 기술력 인정

지난 13일 오후(현지시간) 세계 최고 내구(耐久) 자동차 경주대회인 '르망 24'가 열린 프랑스 르망시 부가티 경기장.각양각색의 자동차 55대가 출발선에 섰다. 아우디 푸조 포르쉐 페라리 마쓰다 미쉐린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와 타이어업체의 이름이 새겨진 경주차들 사이에 'HANKOOK'이란 이름이 선명했다.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한국 판하버 레이싱팀'의 자동차다.

'르망 24'는 24시간 동안 3명의 레이서가 교대로 달려 누가 많이 달렸는지를 겨루는 자동차 경주다. 빨리,오래 달리려면 자동차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타이어다. 그러다 보니 르망 24에 참가하는 레이싱팀은 내로라하는 타이어만 고집한다. 이번 대회에 간택받은 타이어 업체는 4곳.미쉐린 피렐리 던롭과 함께 한국타이어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다. 한국타이어가 모터스포츠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2년.레이싱 타이어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후 2000년부터 각종 레이싱 대회와 팀 후원,관련 타이어 연구 · 개발 및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모터스포츠 분야에만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로 얻는 이득은 투자금액 이상이다. 타이어 기술과 생산노하우가 부쩍 높아지고 있어서다. 타이어 제조엔 콤파운드(배합)와 구조설계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콤파운드는 주원료인 고무에 카본블랙 등 20개 안팎의 화합물을 섞는 것을 말한다. 구조설계는 핸들링이 극대화되도록 타이어 외양 등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컴파운드 및 구조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타이어의 제동력과 내구성이 결정된다.

콤파운드와 구조설계 기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모터스포츠 투자다. 경주용 타이어는 고속 · 고온 · 고압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요구한다. 손정호 한국타이어 레이싱타이어개발팀장은 "경주용 타이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게는 수천 번에 걸쳐 콤파운드 및 구조설계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 데이터는 고성능(UHP)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타이어인 '벤투스 S1 에보'의 품질도 이 과정을 통해 개선했다. 한국타이어는 2007년 독일 '뉘버그링 24시 대회'에 참가하면서 타이어 접지력을 대폭 높이는 고분산형(HDS) 콤파운드 및 강성통제형(SCCT) 구조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벤투스 S1 에보에 그대로 적용됐다. 이 덕분에 한국타이어는 이달 초 독일 아우디와 벤투스 S1 에보 납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김세헌 한국타이어 브랜드담당 상무는 "프리미엄 메이커에 타이어를 납품한 것은 아우디가 처음"이라며 "모터스포츠 투자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BMW 벤츠 포르쉐 페라리 등 다른 프리미엄 메이커에도 타이어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모터스포츠 후원은 회사 로고를 알리는 등 유용한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펠릭스 킨저 한국타이어유럽본부 홍보담당부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7위인 한국타이어는 유럽시장에서 콘티넨털(세계 4위) 스미토모(세계 6위) 등 경쟁업체들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다"며 "그동안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르망(프랑스)=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