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투기자본 막을 새 경제체제 필요"… 브릭스 첫 정상 회담

선진국에 탄소 감축 확대 요구
미국주도 질서 개편방안 논의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BRICs) 4개국이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시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정상들은 달러 기축통화 문제 등 미국 주도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논의에 집중했다. 또 △투기적인 서방의 금융회사 규제 △국제금융기구 개혁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협약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달러를 대신할 글로벌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브릭스 간 무역결제시 자국통화 사용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중국과 브라질은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브라질도 달러 대신 루블화와 헤알화로 무역결제를 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도는 달러 흔들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정상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투기자본 규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회담 참석에 앞서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 연설을 통해 "투기 목적이 아닌 생산부문에 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은 "선진국의 무절제가 금융위기를 낳았다"며 "새 질서는 환경보호와 글로벌무역 확대 및 부의 공정한 재분배 등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특히 G20이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대량 해고 사태로 가장 크게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G20의 주요 결정에 노동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브릭스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채권 매입을 통한 IMF 의결권 확대 등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미 중국 500억달러,러시아와 브라질이 각각 100억달러 등 총 700억달러의 IMF 채권 매입 방침을 밝혔다. 브라질과 인도가 추진 중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도 논의됐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들은 또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결과 관련,선진국이 탄소가스를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브릭스 4개국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브릭스가 세계 질서의 새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이 계속되는 등 4개국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글로벌 파워클럽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예브게니 야신 박사는 "브릭스가 영향력 있는 단일 조직체로 가기는 힘들며 비공식 클럽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