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왕실 명품이 청소기?…똑순이 '실용명품'에 꽂혔다

'덴마크 왕실에서 사용하는 명품 OOO.'

모든 사람들이 OOO 앞에 붙은 '명품'이란 수식어로 이것이 분명 비싸고 고품질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답이 '청소기'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기존 명품은 고급가방과 의류, 신발, 액세서리, 자동차 등을 막론하고 사치스런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불황이 지속되면서 명품 소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사치품보다 청소기와 휴대전화, 유모차 등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실용명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이왕 비싸게 주고 살거면 제대로 도움이 되는 것을 사자는 생각에서다.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 가전팀 정희숙 상품기획자는 17일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실용명품들은 값은 비싸지만 일반제품보다 내구성이 좋고 기능이 뛰어나 알뜰소비를 원하는 고객에게 오히려 큰 관심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에 '실용바람'이 불면서 롯데닷컴은 덴마크 왕실이 쓴다고 알려져 유명세를 탄 명품 청소기 '닐피스크'(Nilfisk)를 국내에 단독으로 들여왔다. 닐피스크는 103년간 청소기만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덴마크의 청소기 브랜드다. 대표상품인 '익스트림 X300C'(78만원)는 2100w의 강한 흡인력, 55db 미만의 적은 소음 등이 특징이다. 게다가 프랑스 알러지협회가 인증한 '4단계 알러지 필터링'이 장착돼 있어 미세먼지를 99.997%까지 걸러준다.생활 밀착형 명품은 휴대폰 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유명 디자이너들과 제휴, 명품 브랜드를 단 휴대전화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번주 중으로 '프라다폰2'를 국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다음달께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한 '아르마니폰'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프라다폰2의 가격은 블루투스(무선 파일 전송 기술) 액세서리인 '프라다 링크'를 포함해 179만3000원이다. 국내 출시된 휴대폰 중 최고가가 될 전망이다. 이 제품은 PC와 배열이 동일한 쿼티 자판을 장착한 사이드 슬라이드 디자인을 채택, 문서 편집이나 인터넷 사용이 편리해 비지니스맨이나 IT기기를 좋아하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르마니폰은 아직까지 가격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 체제인 윈도 모바일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유모차 역시 실속명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자녀에게 자신보다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모성애가 명품수요를 자극하고 있다.유모차를 패션소품으로 활용하려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명품 유모차는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우수해 '멋쟁이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실제로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H몰에서 지난 5월 한달간 스토케, 콩코드, 실버크로스, 베베카, 네오아르곤, 캐주얼플레이 등 100만원 안팎의 수입 명품 브랜드 유모차 매출이 지난해 동월보다 40% 가량 늘었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 판매하는 '퀴니 버즈 2009년형'(74만9000원) 유모차는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의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H몰 박종선 e마케팅팀장은 "가정마다 자녀 수가 많지 않아 내 아이만큼은 최고의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수입 유모차 브랜드의 경우 고가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품질이 우수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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