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추천 펀드] '국내 주식형' 비중 높이고 '이머징·원자재' 나눠 담을까

올 상반기 펀드 시장은 '브릭스 펀드'의 화려한 부활로 요약된다. 특히 지난해 손실폭이 컸던 러시아 인도 브라질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만 50~60%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도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올 들어 20%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펀드 시장의 돈은 해외로 쏠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올 상반기 6000억원가량 빠져 나간 반면 중국 펀드에는 630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밖에 이머징마켓 펀드나 원자재 펀드에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다. 하반기 펀드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주식형 펀드에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과 원자재 펀드 쪽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채권과 현금성 자산은 전체의 20% 수준을 넘지 말라는 조언이다.

◆자금은 신흥시장으로 유입

18일 펀드평가 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993억원,국내 채권혼합형에서 4829억원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을 조금이라도 편입하는 펀드 중에서는 국내 주식혼합형만 1226억원 순유입을 기록, 소폭이나마 자금이 들어왔다. 채권형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자금이 비교적 많이 들어왔다. 채권형에는 7844억원이 순유입됐으며 지난 3월 잔액 기준 사상 최고치(126조원) 기록을 세운 MMF에도 올 들어 33조7151억원이 들어왔다.

해외 주식형은 국내 주식형과 상반된 자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중국 펀드로 6311억원이 순유입됐으며 러시아(1059억원) 브라질(579억원) 아시아신흥국(267억원) 펀드도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투신운용이 중국 본토 주식 펀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중국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돋보였다.

오온수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원금을 속속 회복하면서 환매가 줄을 이었다"며 "지난해 큰 손실로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해외 펀드에는 오히려 물타기성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원자재 펀드도 관심 가질 만하반기에도 주식형 펀드 비중을 높게 가져 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경기와 증시가 저점을 확인한 데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주식형 펀드 비중을 늘릴 때"라며 "국내 펀드 중에서는 성장형 펀드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3분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재차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형 펀드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국내 비중을 해외보다 높이라는 조언이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의 상대적인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폐지되면 해외 펀드의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기업 실적 개선 폭을 고려하면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국내 펀드 투자는 과도한 분산보다 성과가 우수한 일부 펀드에 집중해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유망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주적립식'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신한BNPP탑스밸류' '신영마라톤' 등이 증권사들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았다. 펀드 설립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트러스톤칭기스칸 펀드가 유망 펀드에 오른 점도 관심을 끈다. 해외 펀드는 신흥시장 추천 일색이다. 선진시장보다는 경기부양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신흥시장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조완제 연구위원은 "신흥시장 펀드는 중국 브라질 등 핵심 국가 위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해외 펀드도 중국 펀드나 이머징마켓 펀드가 대부분이다. 중국 펀드 열풍의 선봉에 섰던 '봉쥬르차이나'가 복수 추천을 받았고 '미래에셋브릭스업종대표' '삼성이머징다이나믹' 등도 유망 펀드로 꼽혔다.

원자재 펀드도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하나 정도 가입할 만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오온수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으로 실물자산의 투자 매력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약세까지 진행되고 있어 대안으로 원유나 원자재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