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인권인가, 저작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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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불법 다운로드 등 디지털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놨던 이른바 '삼진아웃제'가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위헌 판결로 장벽에 부딪쳤다. 당초 사르코지는 창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제안했었다.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한 번 적발되면 이메일로, 두 번 적발 시에는 서면으로 각각 경고한 뒤, 3번째가 되면 일정 기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삼진아웃제는 프랑스 의회에서 상당한 논란 끝에 통과됐었다. 하지만 사회당 등 진보세력이 이에 반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지난 10일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은 이렇다. "인터넷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며,법관만이 판결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권한을 갖는다. " 삼진아웃제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저작권 보호에 앞선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 끝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권으로 결코 가려져서는 안될 핵심적 이슈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판결로 인터넷 상에서 창조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자체가 부인된 것은 아닌 까닭이다.
영국을 한번 보자.스티븐 카터 영국 통신장관이 프랑스식 삼진아웃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며 의문을 표한 적도 있었지만 디지털 저작권 침해로 위기에 놓인 창조산업에 대한 고민은 사실 영국이 프랑스보다 더하다. 국제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고 있고,그 때문에 금융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국산업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다 다양한 산업기반의 필요성을 절감하자 영국이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창조산업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디지털 영국(Digital Britain)' 보고서다.
여기서도 피해갈 수 없는 이슈는 저작권 침해다. 디지털 영국은 저작권 침해를 지금보다 70%나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저작권 침해를 경고하고,계속 위반 시에는 콘텐츠사업자들이 이들을 법정에 불러낼 수 있도록 신원을 알리는 등 특별 권한을 규제당국에 부여하며,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은 침해를 멈추지 않는 위반자들에 대해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의 고민도 비슷하다. 생각해 보면 선진국보다 창조산업 경쟁력은 더 약한 반면,저작권 침해는 더 심한 게 우리다. 그러나 프랑스 판결의 불똥이 튈 조짐도 엿보인다. 이른바 한국판 삼진아웃제를 담고 있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규제 강도나 범위가 프랑스보다 훨씬 약하거나 다른 데도 반대론자는 프랑스를 배우라는 식이다.
하지만 인터넷 규제 반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 법원을 거치지 않은 인터넷 규제가 모두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이 온통 법정소송으로 넘쳐나도 괜찮은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근본적으로 답해야 할 것도 있다. 인터넷 자유가 소중하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즐기려면 누군가는 생산을 해야 하는데 그 의욕을 꺽지 말아야 하는 것은 책임에 해당되는가,안되는가.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이 삼진아웃제는 프랑스 의회에서 상당한 논란 끝에 통과됐었다. 하지만 사회당 등 진보세력이 이에 반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지난 10일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은 이렇다. "인터넷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며,법관만이 판결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권한을 갖는다. " 삼진아웃제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저작권 보호에 앞선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 끝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권으로 결코 가려져서는 안될 핵심적 이슈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판결로 인터넷 상에서 창조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자체가 부인된 것은 아닌 까닭이다.
영국을 한번 보자.스티븐 카터 영국 통신장관이 프랑스식 삼진아웃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며 의문을 표한 적도 있었지만 디지털 저작권 침해로 위기에 놓인 창조산업에 대한 고민은 사실 영국이 프랑스보다 더하다. 국제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고 있고,그 때문에 금융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국산업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다 다양한 산업기반의 필요성을 절감하자 영국이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창조산업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디지털 영국(Digital Britain)' 보고서다.
여기서도 피해갈 수 없는 이슈는 저작권 침해다. 디지털 영국은 저작권 침해를 지금보다 70%나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저작권 침해를 경고하고,계속 위반 시에는 콘텐츠사업자들이 이들을 법정에 불러낼 수 있도록 신원을 알리는 등 특별 권한을 규제당국에 부여하며,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은 침해를 멈추지 않는 위반자들에 대해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의 고민도 비슷하다. 생각해 보면 선진국보다 창조산업 경쟁력은 더 약한 반면,저작권 침해는 더 심한 게 우리다. 그러나 프랑스 판결의 불똥이 튈 조짐도 엿보인다. 이른바 한국판 삼진아웃제를 담고 있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규제 강도나 범위가 프랑스보다 훨씬 약하거나 다른 데도 반대론자는 프랑스를 배우라는 식이다.
하지만 인터넷 규제 반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 법원을 거치지 않은 인터넷 규제가 모두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이 온통 법정소송으로 넘쳐나도 괜찮은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근본적으로 답해야 할 것도 있다. 인터넷 자유가 소중하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즐기려면 누군가는 생산을 해야 하는데 그 의욕을 꺽지 말아야 하는 것은 책임에 해당되는가,안되는가.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