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혼돈' 놓고 서방-非서방 갈등 조짐
입력
수정
美ㆍEU "유혈 진압 우려"대선 이후 이란의 정국 혼돈이 세계를 두 진영으로 갈라놓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등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 이후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비서방권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대선이 글로벌 파워를 양분하고 있다며 이란 핵 문제를 놓고 유엔에서 나타난 글로벌 파워 간 입장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中ㆍ러 "인민의 선택 존중"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날 "평화적 시위를 폭력으로 다루고 평화적 항의를 억압하는 것에 모든 미국민들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란의 폭력 진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사기의 정도와 폭력적인 반응의 수준은 비례한다"며 이란 대선 결과를 선거 사기라고 비난했다. EU도 이란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란 정부는 EU의 성명이 간섭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반발하고 EU 순회의장국인 체코 외교관을 불러 항의했다. 서방권이 이란 대선 결과에 의혹을 보내는 반면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연례 정상회의에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정상들로부터 재선 축하를 받았다고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전했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는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외에 이란 파키스탄 인도 몽골 등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중국 동방조보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만났다며 "이란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친강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함께 전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도 이란 대선은 내정으로 보고 있다며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방러가 매우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낙선한 미르 후세인 무사비 후보도 아흐마디네자드와 똑같은 근본주의자"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는 테헤란에서 다른 도시로 확산되는 등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12명이 사망하고 17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외국 언론의 취재를 금지하는 등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