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사ㆍ사모펀드 '월街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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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美금융사 안방 내줘"금융위기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입지가 약해지면서 월가에서 외국 금융사와 사모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유럽 금융사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틈타 월스트리트에서 약진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가 일본 자동차에 당한 디트로이트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 대형 금융사들이 안방에서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스위스 독일 영국 금융사들이 수익성 높은 분야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채권인수 분야에서 유럽계의 시장점유율은 1999년 9.5%에서 올해 24.5%로 뛰었다. 이 분야에서 10위 안에 든 유럽계 은행은 1999년 1곳에서 올해 4곳으로 늘었다. 기업 인수 · 합병(M&A) 자문에서도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CS) UBS 등 유럽계 4개사가 10위 안에 들었다.
NYT는 금융위기가 유럽 금융사들에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사들이 엄격한 정부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유럽 금융사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취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북미 법인을 통째로 인수한 뒤 단숨에 M&A 분야 5위로 뛰어올랐다. 도이체방크는 90명의 간부급 인력을 영입하는 등 미국 내 인력을 1만2000명으로 늘렸다.
사모펀드도 부실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월가의 큰손으로 자리잡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바클레이즈의 자산운용 부문을 사들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올랐다. 칼라일과 블랙스톤,TPG 등의 사모펀드는 공동으로 샌프란시스코 소재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다. 부실화된 미 지방은행 상당수는 사모펀드로 넘어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모펀드가 미 지방은행 인수에 500억달러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정부 구제금융 100억달러를 17일 상환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