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의 힘' 시들… 실적株로 안전운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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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가능성 부각… 증시로 자금유입 차단지난 3월 이후 상승장을 이끌었던 유동성의 힘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소비재·철강주 등 대안
수급의 핵인 외국인이 현물 · 선물시장에서 동반 순매도로 돌아서자 매수세 위축으로 거래대금이 급감, 증시가 탄력을 잃고 횡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원자재 가격 강세 등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가로막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3개월 이상 지속됐던 유동성 랠리가 시들해지면서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개선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거래대금 3일째 4조원대에 머물러
17일 코스피지수는 7.98포인트(0.57%) 떨어진 1391.17로 마감했다. 지수는 점심 무렵 1384까지 하락했지만 개인들의 저가 매수가 가세한 덕분에 1390선을 지켰다.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을 합쳐 5000억원 넘게 팔며 3일째 동반 순매도를 보여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수가 한 달 반 동안 1400선 안팎에서 횡보 중인 가운데 외국인까지 매도로 돌아서자 증시의 탄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6219억원으로 3일 연속 4조원대에 머물렀다. 9조원을 훌쩍 넘겼던 지난달 초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적극적인 '바이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이 급격하게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분간 실물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세를 확인하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기관은 환매 가능성에 대비해 매도로 일관하고 있고 각국 정부의 긴축 움직임과 상품시장 강세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유동성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국면에서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 호재가 되지만 아직은 수요 증가와 경기개선이 더딘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시장에서 달러 강세는 한국 등 이머징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은 펀드자금 유출로 운신의 폭이 좁고 개인 역시 고객예탁금이 줄고 있어 매수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자신 있게 주식을 매수할 주체가 없어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적주로 방어적 포트폴리오 짜야
유동성 랠리가 시들해진 만큼 내달부터 본격화될 2분기 실적시즌에 대비해 실적개선주 위주로 안전하게 접근하라는 주문이 많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2분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살아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종목 중 내달 실적개선이 확인되는 종목은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이달 들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고 최근 한 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을 관심주로 추천했다. 여기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 현대차 현대해상 LG화학 LG디스플레이 CJCGV 고려아연 등이 포함됐다.
신영증권은 지난 3월 이후 상승장에서 덜 오른 종목 중 실적이 탄탄한 종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와 CJ제일제당 오리온 KT&G 등 음식료주,태평양 아모레퍼시픽 등 필수소비재 주식들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공매도했다가 주가 상승에 대비해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종목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있다. 대신증권은 대차잔액이 늘었다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종목 중 KT&G 신세계 포스코 현대차 삼성전기 현대제철 등이 쇼트커버링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증권사의 이승재 연구원은 "특히 철강주는 상품시장 강세와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기대돼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외국인의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