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李대통령 'FTA 온도차' 극복 총력 세일즈

'자동차 불균형' 제기에 美의회대표 만나 비준 요청
"CEO들이 뛰어달라" 호소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오전(현지시간) 열린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기자가 FTA에 대한 입장을 묻자 "말보다 마차를 앞세우지 않겠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FTA 진전'이라는 공동 목표에 양국 정상이 큰 틀에선 합의했지만 자동차 문제와 비준 시기에 대해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정상회담이 끝난 후 하원 방문,한 · 미 최고경영자(CEO) 만찬 간담회 등에서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말보다 마차 앞세우지 않겠다"오바마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선 실질적인 이슈를 해결하게 되면 의회에 언제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정치적인 타이밍'과 관련한 문제가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의 선후가 뒤바뀌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요구해온 자동차 분야 쟁점이 해소돼야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는 쇠고기 수입문제가 있고,미국에서는 자동차와 관련해 충분한 상호주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FTA 비준에 앞서 자동차 분야의 추가 논의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양국 간 자동차 교역규모가 불균형하다는 게 미국 일각의 주장인데 아직까지 공식적인 논의 요청도 없었다"며 "다만 협정문을 고치는 수준의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발언을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취임 이후 점진적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는 만큼 양국 간 미묘한 차이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FTA세일즈

이 대통령의 이날 일정은 FTA의 당위성을 팔러다니는 세일즈맨 같았다. 이 대통령은 먼저 미국 하원을 방문,낸시 펠로시 의장과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한 · 미 FTA의 진전을 위해 미 의회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열린 미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의 별도 간담회에서도 "한 · 미 FTA 진전과 실질적인 협력 증진 등을 통해 양국 관계의 지평이 더욱 확대돼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 미 FTA의 조속한 비준과 발효를 기대하고 있는 양국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윌러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 · 미 CEO 만찬 간담회에 참석,"FTA 진행에 대해 미국의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FTA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양국의 교역에 도움이 되고 동맹 관계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CEO들도 조속한 비준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의 부사장은 "FTA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내년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속한 비준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비준을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은 "신념과 용기로 FTA가 잘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마이클 워스 셰브론 부대표도 "한 · 미 FTA를 지지하며 업계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영식/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