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근원적 처방'에 꼭 담아야 할 것

경제 좋으면 정치 자동채결은 오산, 다양한 경해 아우르는 포용 인사도
청와대로서는 요즘 정국이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최근 경제지표도 상승세를 보이고,미국과의 외교관계도 이전 정부보다 돈독해진 것을 과시하는데,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제시하면서 국정쇄신을 약속했다. 21일엔 신임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대표적 권력기관 두 곳에 파격적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대대적인 개혁과 물갈이의 시동을 걸었다는 게 세간의 평가인 것 같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국민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각개편은 없을 것이며,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대통령의 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근원적 처방'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국정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은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통치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국면전환용 내각개편이 아니라면 어디서부터 국민들과 유리가 됐는지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만일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등한시한 채 처방을 제시한다면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대통령은 중요한 기회를 또다시 잃게 된다. 심각한 자기성찰 없이 국정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에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무엇보다 앞으로 국정운영 방향이 무엇인지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 대해 갖는 큰 불만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주의 가치의 보장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가 잃어버리거나 잊고 싶은 5년이 아니었다. 지난 정권에서 국민은 정부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정치적 표현의 가치를 실감했다. 이제 정부는 국민의 정치의사 표현을 위축시켜서는 안되며,정부는 이들의 진정성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은 국가권력이 개인의 의사표현이나 사생활에 간섭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민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국가권력의 과도한 증가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포용하는 인사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정치적 견해의 다양성이 정부 내에 필요하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는 대통령과 기본철학이 유사한 인물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뜻과 한치도 다름이 없는 인물들로만 짜여져선 곤란하다. 다양한 의사를 가진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쇄신에는 대통령과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의지가 뚜렷한 인물들을 중요한 직책에 앉힐 수 있는 획기적 인사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역할은 국정을 일일이 지시하고 통제하며 점검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각 정부부처의 책임자들이 소신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격려하는 것이 대통령의 관리 역할이다. 과도한 간섭은 공직자들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결과를 가져올 따름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도가 노 대통령 서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상승의 내용을 보면 새로운 지지층의 생성이 아니라 과거 대통령 지지층의 회귀일 따름이다. 대통령이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쇄신방안이 리더십의 과감한 변화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는 분명 경제를 포함하지만,결코 정치가 경제는 아니다. 경제활성화를 이루면 정치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정치를 경시하거나 정치인의 기용을 꺼리는 것은 대통령이 리더십의 한 부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정치적 직책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ㆍ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