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때 수수료 절반까지 낮아질듯

●'판매수수료 차등화' 7월 실시
금융감독원이 24일 '판매수수료 차등화'와 '판매회사 이동제도'를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한 것은 침체된 펀드 시장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가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적립식펀드 등 기존 펀드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그동안 큰 손실을 입었던 투자자들에게 일부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효제 금감원 팀장은 "판매사 간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를 낮추도록 할 것"이라며 "수수료를 종전의 절반으로 받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적립식 펀드도 혜택 가능

금감원은 내달 1일부터 신고서를 제출하는 펀드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차등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펀드도 이날부터 펀드 신고서를 수정해 제출하면 인정해 주기로 했다. 같은 펀드를 팔고 있는 판매사들 간에 협의가 이뤄져 신고서만 수정하면 현재 운용 중인 펀드들도 판매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펀드에 가입할 투자자들은 사전에 펀드 가입 기간과 가입 금액에 맞춰 판매사별 수수료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이르면 10월부터는 수수료가 낮고 서비스가 더 좋은 판매사로 환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옮길 수 있으므로 판매사별 수수료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매사들은 신고서에 적힌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판매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다. 예컨대 선취 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 펀드의 경우 신고서에 판매수수료를 '1% 이내'로 적으면 A은행에선 수수료를 가입 금액의 1%로 정할 수 있고, B증권에선 0.5%만 받아도 된다. 판매사들이 제시하는 수수료는 금융투자협회나 자산운용사의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매달 자금을 불입하는 적립식펀드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적립식 펀드 가운데 가입할 때 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와 환매할 때 수수료를 떼는 B클래스로 가입된 펀드가 90%를 넘는다. 이들 펀드의 가입자는 판매사들이 신고서를 수정해 제출하면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매년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보수를 떼는 C클래스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때는 A나 B클래스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투자자 이동 많을 듯

펀드 가입자가 4분기부터 판매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한 조치는 특히 중소 자산운용사들이 환영하고 있다. 지점이 많은 은행 · 증권사와 제휴하지 못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를 낮춰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소형 자산운용사의 사장은 "고객들이 판매사에서 수수료가 싼 우리 펀드를 많이 찾게 되면 판매 채널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운용사는 인기가 많은 펀드를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당 판매사 수는 2.6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판매사들이 특정 펀드만 팔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규모가 큰 판매사들은 울상이다. 펀드 판매수수료가 낮거나 서비스가 좋은 판매사로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판매 수수료를 낮출 것인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인하경쟁에 동참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고객들까지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완전 판매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은행들은 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펀드 판매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로 고객들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전산문제가 있어 단기에 이탈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판매사를 옮기려면 전산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지금부터 시작하더라도 최소 6개월은 걸린다"며 "과거 개인연금펀드도 계약 이전제도가 있었지만 과정이 번거로워 실제 이동한 고객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대출을 받을 경우 우대금리 등을 제시하는 전략을 들고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