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김여사, 이제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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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짙은전체주의 그림자, 'PD 수첩' 시청자는 선동대상일뿐복거일 소설가
작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룬 문화방송의 'PD수첩'이 사실들을 많이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그 프로그램에서 왜곡된 곳은 무려 30군데나 된다. 재판이 끝나야 확정적 판단이 나오겠지만,그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이 광우병의 위험을 크게 부풀린 것만은 분명하다.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그렇게 사실들을 왜곡한 의도에 대해선 뚜렷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반미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짐작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반미 감정만으로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보인 집요함을 다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검찰이 공개한 프로그램 구성 작가의 이메일은 이 물음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라는 섬뜩한 구절로 그녀는 이명박 정권의 전복을 목표로 삼았음을 드러냈다.
이제 이 사건은 훨씬 심각해졌다. 반미 감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해치려고 사실들을 왜곡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개탄할 일이지만 일회성 사건이다. 사실들을 많이 왜곡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서 정당한 정권의 전복을 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아주 심각하고 지속적인 위협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정당한 정권을 불법적 수단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는 물론 도덕과 법에 어긋난다. 그런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그들은 전체주의를 따르는 것이다. 우리 사회엔 전체주의적 풍조가 짙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는 행태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요즈음 그런 풍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독재자'로 규정하고 시민들이 일어나서 그를 몰아내야 한다고 부추긴 것은 전체주의적 행태의 전형이다. 그 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그 놈의 헌법'이라는 말로 우리 헌법에 담긴 정신과 원리를 드러내놓고 경멸했다.
전체주의의 중심적 특질은 지도자가 제시한 하나의 사회적 목표를 전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역량이 그 목표에 투입된다. 이런 사정은 절차적 안정성(procedural stability)의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 전체주의자들의 그런 태도는 정당한 수단들만이 쓰임으로써 목표가 정당화된다는 자유주의자들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전체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방해가 되는 도덕과 법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어떤 법이 악법인가 아닌가는 물론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그들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그램의 구성 작가는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가장 높은 목표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도덕과 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이명박 정권의 전복을 꾀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믿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가 다른 시민들에 대해서 품은 깊은 경멸이다. 그녀에게 방송의 청취자들은 선동선전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녀가 바라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시민들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와 함께 일한 PD가 시위 현장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한다. "김 여사, 현장에 나와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아직 30대인 그 구성 작가는 신처럼 행동했다. 동료 시민들에 대한 이처럼 깊은 경멸과 자신의 권위에 대한 이처럼 높은 오만은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