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美 '블랙박스'안에 감춰진 부실

<김학주 리서치센터장 삼성증권>

최근 미국 금융당국은 정책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환호로 답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돈을 풀다 보니 미국의 달러가치가 약해지고 미 국채가격이 하락하는(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다. 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국채금리에 연동돼 있어 이는 신규 주택구입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미 금융기관들이 들고 있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부동산임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 하락은 다시 한번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그런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81% 수준이다. 일본의 217%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킬 힘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감춰진 부실이 블랙박스 안에 남아 있다. 미 금융사의 자회사들이 갖고 있는 부실을 제대로 평가하면 얼마나 될지,내년부터 만기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은 그동안의 가격 하락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만기 연장이 가능할지 등이 짚어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증시는 미 정책금리 동결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시아 국가들의 재정은 아직 건강해 돈을 풀어 소비를 끌어올릴 힘이 많이 남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푼 돈이 유입되면서 아시아에서의 유동성 장세가 강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코스피지수도 1540까지 단기적인 과열 국면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블랙박스 안에 감춰진 부실이 아시아 국가들의 설비를 부술 정도로 클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이제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예민해진 상황이다. 달러가치에 대한 의심이 높아진 가운데 원자재 등 실물자산이 조금만 유혹해도 돈은 그 쪽으로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 금융당국도 기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조치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가가 실적개선 없이 유동성과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들로 인해 주가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한경닷컴(www.hankyung.com) 증권리더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