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포] 50℃폭염속 '工期 전쟁'… 카타르 절반이 쓸 전기ㆍ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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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건설 카타르 공사현장을 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아침 카타르 수도 도하의 국제공항.공항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사막 열기가 얼굴을 확 덮쳤다. 아침 7시인데도 섭씨 40도를 웃돌았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 사막지대를 지나 2시간여 만에 도착한 라스라판 산업단지(Ras Laffan Industrial City)의 현대건설 GTL5 현장에는 뿌연 모래 먼지까지 불었다. 체감 온도는 50도에 달하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경유 · 휘발유 · 나프타 · 메탄올과 같은 액체 상태의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최첨단 건설기술의 결정체인 GTL(Gas-To- Liquid)5 플랜트 공사가 한창이다. 9~10층 건물 높이의 강철 실린더들과 4㎞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마치 레고 블록을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다.
GTL공정은 과거엔 그냥 버렸던 가스를 첨단 액화기술을 이용,청정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고부가 가치 기술이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일부 국가가 공사를 독점했다. 현대건설은 2006년 8월 일본의 도요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셸(Shell)이 발주한 13억달러 규모의 GTL공사를 국내 최초로 따냈다. 현대건설의 공사금액은 8억4552만달러.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래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기술 성장을 세계에 알린 공사로 유명해졌다. 현대건설은 전체 8개 패키지 가운데 정제된 가스를 액화시키는 핵심공정(LPU) 부분을 맡았다. 이곳에서는 하루 14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원우 현대건설 현장소장(상무)은 "4600여명의 근로자들이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모래,그리고 공기(工期)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GTL시장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향후 중동지역의 GTL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셸이 발주한 전체 공정 가운데 후반 부분을 늦게 맡았지만 현재 다른 업체들보다 2개월가량 작업 속도가 빨라 카타르 정부와 발주처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건설이 자체 개발한 첨단 자재시공관리시스템(HPMAC:Hyundai Piping Material Control System)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설계도면상에 표시된 수치만 입력하면 공정에 따른 필요 인력과 자재공급 시기 등이 자동으로 표시되는 첨단 공정관리 기법으로 효율적인 공사 진행 및 공정관리가 가능하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GTL공사 발주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엑슨모빌의 경우 하루 18만배럴 규모,돌핀에너지는 40억달러 규모의 GTL공장을 내년에 발주할 계획이다.
GTL5에서 남쪽으로 10㎞ 내려가면 현대건설의 '라스라판C 발전담수 공사' 현장이 나온다. 지난해 5월 현대건설이 수주한 플랜트로 카타르 최대 규모의 발전 · 담수시설 공사다. 국내 건설업체 수주금액으로는 최고액(20억6971만달러)이다. 2011년 공사가 끝나면 하루 2728㎿ 규모의 전력 및 63MIGD(1MIGD=400t/d)의 담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최재찬 현대건설 현장소장(상무)은 "카타르 인구 160만명의 절반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기와 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6800여명의 인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공정률은 59%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카타르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타르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데다 내년부터 10억달러 이상 공사가 15개,총 300억달러 상당의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타르에서는 대우건설 GS건설 두산중공업 등도 담수공장,수리조선소 건설 등에 참여하고 있다.
라스라판(카타르),두바이=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