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몰아붙이지 말라…自退할지도 모를 일이다

높아지는 실업률을 걱정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학생들을 보면 필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너나 취직하세요. "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취업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다. 정부가 나서도 해결하기 어렵고,무엇보다 각자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일자리라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은 구조조정 등 조직에 변고가 있을 때 누구도 남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면 확연해진다. 어제까지 '차세대 인재'로 불리던 사람이 인사에서 갑자기 밀려나게 되면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풀이 죽고 만다. 인사에서의 패배는 간단히 결정난다. 임원은 최고경영자가 면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사담당자가 일방통보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변명이나 설명할 기회 없이 한번에 신세가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인재들이 이런 구조조정 시기에는 기회를 엿보는 측면이 있다. "험한 꼴 보기 전에 떠나자."

인재들의 엉덩이가 가벼워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2막'을 이왕이면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다. 거기다 인재 이동의 움직임을 사업 기회로 잡으려는 헤드헌터들이 이쪽저쪽에서 부추기는 측면도 강하다. 구조조정기 유행어 중에 희퇴(희망퇴직),명퇴(명예퇴직),황퇴(황당한 퇴직)에 이어 요즘 자퇴(自退)가 중요한 단어로 떠오른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오로지 돈 때문에 직장을 다니지는 않는다. 더 높은 목표가 있는 사람이 많다. 일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지금 하고 있는 업무로 경력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그리고 회사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단지 성과가 적다는 이유로 몰아붙이다간 그들의 마음을 잃을지도 모른다. 구조조정기는 인재 재편의 시기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가까운 사람을 잃지 않도록(不失其親)' 조심할 때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