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소비자대상] LG전자 '휘센' 에어컨‥에어컨의 진화…'라이프 컨디셔너'

2009상반기(下)
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을 이끌고 있는 LG전자에서는 에어컨을 '라이프 컨디셔너(life conditioner)'로 부른다.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에어컨이라는 개념에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거실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이라는 감성을 더했다. 잘 포장된 마케팅 기법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말 안에는 에어컨의 변천사가 녹아 있다. 찬바람을 마구잡이로 뿜어내는 단순한 기기에서 기술의 진화를 거쳐 공기를 맑고 깨끗하게 할 줄 알고 찬바람을 필요한 곳에 알아서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에어컨이 가능한 지금의 기술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LG전자가 선보인 2009년 휘센 신제품엔 인체감지 로봇 기능이 부가됐다. 사람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어느 위치에 사람이 있는지를 빠르게 알아내 사람 숫자와 거리에 따라 바람을 몰아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람 세기도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 찬바람을 쐬면 곧잘 감기 걸리기가 십상인 노약자를 위한 간접풍 기능도 더해졌다.

불과 지난해만해도 에어컨을 켜면 찬바람이 그냥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인체감지 센서를 더하면서 에어컨은 똑똑해졌다. 사람이 있는 곳에만 바람을 보내 냉방 속도는 기존보다 2배 높이고 전기 소비도 전보다 55%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숙면 기능도 들어갔다. LG전자는 사람이 숙면을 하게 되면 기억력과 스트레스를 회복할 수 있는 렘(REM) 수면을 네 번가량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숙면 기능을 개발했다. 이 기술 개발엔 수면장애 치료원인 '서울수면센터'가 참여했다. LG전자는 2년여에 걸친 공동연구 끝에 '네 번의 꿈 숙면'기능을 만들어냈다. 사람의 수면 상태와 체온 변화에 따라 숙면을 할 수 있는 최적 온도를 유지해 건강한 숙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관리 기능도 강화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바이러스,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올해 처음으로 적용한 것은 '백금 엔자임 필터'.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과 공기 중에 있는 유독성분까지 분해할 수 있는 기술로 한국 신기술 인증을 얻기도 했다. 에어컨의 필터 기능도 3단계로 발전했다. 내부에 들어 있는 로봇이 알아서 자동으로 필터를 청소해주고, 백금 엔자임 필터 등을 거쳐 자동으로 살균과 건조까지 된다.

온도와 기류를 조절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학습 냉방 기능도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시크릿 아트 컬렉션'이라는 디자인 콘셉트로 제품 이미지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